서울 중구 벽산 사옥 전경./정재훤 기자

국세청이 벽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전날 서울 중구 벽산그룹 사옥에 인력을 투입해 세무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목적과 배경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 기획 세무 조사를 담당하는 조사 4국을 투입했다. 서울국세청 조사 4국은 주로 대기업의 기획 세무 조사를 벌여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벽산그룹의 내부 거래에 초점이 맞춰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식 벽산 대표 등 벽산그룹 오너 일가가 소유한 가족 회사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와 그룹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 비중은 97%가 넘는다.

작년 기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전체 매출액 381억원 가운데 371억원(97.4%)이 ㈜벽산(007210)(208억원), 하츠(138억원), 벽산페인트(25억원) 등 관련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2018년(97.2%), 2019년(93.7%), 2020년(96.7%)에도 내부 거래 비중이 90%를 넘겼다.

벽산그룹은 1951년 창업주인 고(故) 김인득 명예회장이 세운 동양물산이 모태로 1976년부터 벽산이란 사명을 쓰기 시작했다. 한때 30대 재벌그룹으로 위상을 떨쳤으나,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사세가 크게 위축됐다. 2010년 벽산건설이 파산하면서 건설업에서 손을 뗐고 지금은 내화단열재, 내장재 등 건자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벽산그룹 관계자는 “사전 예고 없이 조사를 받게 돼 구체적인 이유나 배경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