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예산이 13조6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본예산이 19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8% 넘게 줄어든 것으로 2020년 본예산(13조4000억원)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지급했던 한시적 증액분 4조9000억원가량이 예산에서 빠진 것이 작용했다. 혁신 벤처·스타트업 육성 등을 위한 핵심 자금줄로 꼽히는 모태펀드 출자액이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8월 3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는 이영 중기부 장관. /연합뉴스

중기부는 2023년도 예산안을 13조6000억원으로 편성하고 9월 2일 이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기부 측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고(高) 위기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중심에 서는 민간 중심의 역동적 경제'라는 기본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가운데 절반이 넘는 7조4410억원이 중소기업 스케일업(성장)에 투입된다. 주로 신산업과 혁신성장 분야의 중소기업에 신규 시설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혁신창업사업화자금, 신성장기반자금 등 융자에 각각 2조2300억원, 1조4900억원이 배정됐다.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 등 예산도 8억원이 신규 배정됐다. 중소기업의 기술이 탈취되지 않고, 기술 침해 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보험 고도화, 손해액 지원 등에도 25억원이 첫 투입된다.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가정신·시장경쟁력을 갖춘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데 4조1759억원이 편성됐다. 소상공인의 빠른 재기를 위해 '경영개선-폐업-재도전 종합 패키지' 지원을 강화하고 폐업자 대상 점포철거비·심리치유・컨설팅・법률자문 지원을 올해 1159억원에서 내년 1464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들의 이자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 정책자금도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본예산(2조3000억원)보다 30% 증액된 3조원이 배정됐다.

중기부는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해나가겠다며, 관련 예산을 1조9450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등 민간 투자자의 역할이 큰 스타트업 투자·육성 프로그램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에 3782억원(720개팀)을 배정했다. 올해 500개팀에 2935억원이 투입된 것과 비교해 지원 규모가 커진 것이다.

정부가 민간투자자들이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데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모태펀드에는 3135억원이 배정됐다. 올해 5200억원이 배정된 데서 약 40% 줄었다. 중기부는 투자시장 위축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초기 창업자나 청년·여성, 지역 등 과소 투자영역에 1190억원을 출자하는 등 모태펀드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규제자유특구와 인근 혁신거점을 연계한 '글로벌 혁신특구'를 지정하기 위해 내년 5억원을 개발계획 수립비로 사용한다. 경영위기 상태인 벤처·중소기업의 정상화를 지원하는 데는 4030억원을 투입힌다.

이영 장관은 "단순히 지원 물량을 확대하는 뿌리기식 지원 예산은 감축하고 윤석열 정부의 민간 중심 역동경제 기조에 맞게 민간주도 또는 민간연계 방식의 사업에 예산을 증액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편성했다"며 "내년도 예산은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중소기업의 스케일업과 혁신성장에 집중하는 한편, 성장하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로컬상권 조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