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된 ‘키스식스센스’에서 제우기획 AE(Account Excecutive·광고기획자) 홍예술 대리가 사무실에 갈아입을 옷을 구비해 놓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걸 보셨나요? 상사에게 깨져서 기획안을 수없이 뜯어고치고, 새 기획안을 만들고. 커피에 에너지 음료를 달고 살죠. 광고가 곧 회사(팀) 실적이니 광고주 눈치 보랴, 영업 신경 쓰랴. 주 52시간이 모자라죠. 대학교 때만 해도 뭘 몰라 로망이었지만, 미련 없이 떠났습니다.”
최근 국내 종합광고대행사에서 IT 회사로 옮겼다는 A씨는 “AE는 미래도, 현재(즐길 여유)도 없어 탈(脫) 광고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때 ‘광고회사의 꽃’으로 불렸던 AE 인기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대를 맞아 곤두박질치고 있다. AE들은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연봉을 올리면서 경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상위 대행사로 옮기거나 아예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나 게임, 스타트업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으로 옮기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IT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광고회사 출신을 상당히 채용했다”면서 “신뢰도가 있고, 큰 광고 캠페인을 경험해봤다는 점에서 주로 제일기획(030000), 이노션(214320), HS애드, 대홍기획 등 (취급액 기준) 상위 광고회사 경력자를 선호해 인재를 데려가고, 해당 회사들이 다시 아래 대행사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광고산업 종사자 수는 2018년 6만5159명에서 2019년 7만827명, 2020년 7만3520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작년에 6만8888명으로 전년보다 4632명이 감소하며 ‘7만명’ 선이 붕괴됐다. 제일기획의 경우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대를 웃돌면서 평균 근속연수 또한 9년 이상인 상황이지만, 이노션은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에도 평균 근속연수가 5년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제일기획, 이노션, HS애드, 대홍기획, 오길비 등 주요 광고회사들이 이례적으로 함께 취업 박람회를 진행한다. 취업준비생들이 광고 AE를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광고인으로서의 찐경험담’은 물론, 부산 엑스포나 삼성 비스포크 같은 캠페인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토크쇼도 마련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장래성이나 성취감, 성장을 위해 ‘5년 힘든 것은 참겠다’는 사고가 있지만, 요즘 세대들은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고 평생직장의 개념도 없어서 고된 업무환경에 대한 수용도가 많이 떨어진다”면서 “광고업계도 젊고 유능한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