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재편과 그에 따른 임원 배치를 마친 한화그룹은 앞으로 김 부회장의 지분 확보를 위한 묘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29일 9개 계열사 대표이사에 대한 내정·승진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김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사장으로 승진한 지 23개월 만에 부회장 직함을 달게 된 그는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도 함께 맡게 됐다. 한화그룹의 3대 주력사업인 ▲우주항공·방산 ▲에너지·소재 ▲금융 가운데 2개 부문을 직접 이끌게 된 것이다.
◇ 장남 승진, 지배구조 단순화… 한화 3세 경영 본격화
한화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주요 그룹 중 가장 빨리 발표한 것은 최근 사업구조를 재편한 데 따른 것이다. 한화그룹은 먼저 3개 회사로 분산돼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로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 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했다. ㈜한화는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는 대신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 재편 역시 3세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와 한화건설이 합병하는 것은 표면적으론 지주사 전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도 있다. 내년부터 보험업에 대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 ㈜한화와 한화건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한화생명의 자본총계가 상승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내년 이후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면 지주사 전환 의무가 생겨난다.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2년 내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규제를 피함과 동시에 한화생명(088350) 지분을 단일화해 지배구조를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화와 한화건설 합병, ㈜한화 방산 부문의 물적분할은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공통의 화제를 갖고 있어 그룹 방산 부문 통합의 이면에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과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 김동관, 지분확보 논란 최대한 피해갈 듯
이번 사업재편과 인사를 통해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이 본격화됐지만, 승계를 위해선 지분 확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현재 ㈜한화의 최대주주는 22.7%를 보유한 김 회장으로 김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4.4%에 불과하다. 김 부회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은 9.7%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김 부회장의 승진은 책임경영 차원이 크고, 승계가 확실하게 시작됐다는 신호는 추가적인 지분 확보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의 지분 확보 방안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8월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회사로 꼽혔던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한 곳이다.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늘리면 ㈜한화에 대한 김 부회장의 지배력도 간접적으로 높아지게 되고, 위법 논란도 피해갈 수 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역시 시장에서 예상하는 승계 시나리오지만, 한화그룹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합병하면 3형제는 ㈜한화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되는데, 문제는 합병 비율이다. 상장사인 ㈜한화와 달리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 승계를 위해 불공정하게 산정됐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현재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상당한 선례가 있는 만큼 한화그룹은 보다 명확하고 투명하게 (지분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법과 규제에 저촉될 수 있는 상황은 철저하게 배제해야 현재 경영 체제를 안정화하고 지속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이번 사업재편도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한화 주가가 낮아야 향후 합병시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는데, 사업재편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김 부회장이 지분 확보를 위해 당장 본격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만큼 신사업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면 김 부회장이 이를 실행하는 구도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3형제 중 누가 더 지배력을 가져가고 신사업을 관장하는지는 명확해졌다"며 "김 부회장의 지분 확보 움직임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에 대한 방법론을 당장 실행하기보단 우선 사업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