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긴축과 함께 해상 운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를 나르는 건화물선(벌크선) 운임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매파적 발언(통화 긴축 선호)을 쏟아내면서 2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긴축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연말까지 해상 운임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1082를 기록했다. 2020년 6월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BDI는 지난 5월 3369를 연고점으로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BDI는 적재 능력이 15만톤(t) 이상인 케이프 사이즈, 6~7만t급인 파나막스 사이즈, 5~6만t급인 수프라막스 사이즈 등의 벌크선 스폿(Spot·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 운임을 토대로 산출한다.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에서 석탄을 하역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 운임이 하루 만에 13.3% 급락하면서 BDI를 끌어내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같은날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물가 안정을 회복할 때까지 긴축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영향이 컸다.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은 주로 철광석과 석탄을 나른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철강재 등의 생산량이 줄었고, 덩달아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 수요도 감소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당분간 수요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굳어졌다.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폭락했다. SCFI는 지난 26일 전주보다 8%(275.57포인트) 하락한 3154.26으로 집계됐다. SCFI가 1주일 만에 20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은 2009년 지수 집계 이래 처음으로, 역대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매주 13개 노선의 스폿 운임을 토대로 산출하는데, 비중이 가장 큰 유럽과 북미 서안 노선의 운임이 1주일새 각각 7%, 11% 하락했다.

컨테이너선 시장도 경기 침체와 함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컨테이너선 운임을 떠받쳤던 수급 불균형도 주요 항만이 정상화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시작된 2020년 1월과 비교해 컨테이너선 수요·공급 증가율 격차는 올해 초까지 8%포인트 안팎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2%대로 좁혀졌다.

잭슨홀 미팅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긴축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연말까지 해상 운임이 약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다수다. 1년 이상 고정 운임을 받는 장기계약 비중이 큰 HMM(011200)이나 팬오션(028670) 등 대형 해운사보다 중소 해운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보통 8월부터 11월까지를 해운 시장 성수기로 꼽는데, 올해는 상반기보다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용선(빌린 선박)으로 단기 계약을 따내 왔던 중소 해운사들은 현금 유동성도 좋지 않아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