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최근 제주칼호텔을 950억원에 매각하면서 비주력 자산 매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매물로 내놓은 호텔과 비주력 자산들의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한진그룹은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과거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이 공 들여왔던 호텔 사업 비중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180640)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제주칼호텔 매각안을 의결했다. 제주드림피에프브이(PFV)라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에 매각됐는데, 기존 호텔 건물은 철거된 뒤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매각 금액은 950억원이다. 당초 예상 매각가였던 686억원보다 264억원을 더 받았다. 한진그룹은 매각 대금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칼호텔 전경. /김우영 기자

한진그룹은 제주 칼호텔뿐 아니라 제주 토평동의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왕산레저개발 등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그랜드센터(HIC)도 지분 매각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서울시에 매각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원래는 7성급 한옥 호텔을 짓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었다. 사실상 호텔 사업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는 셈이다.

한진그룹이 호텔 사업 비중을 줄이는 이유는 재무 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2013년, 2014년, 2016년을 제외하면 흑자를 낸 해가 없었다. 한진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호텔업에서 발생한 영업손실 규모만 72억원에 달한다. 한진그룹은 비주력 사업은 대폭 정리하고 항공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진그룹의 호텔 사업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해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공들여온 사업이기도 하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 입사한 뒤 그룹 호텔 전문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대표를 맡는 등 호텔 사업을 본인의 주력 사업으로 이끌어왔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8년 처음 복귀한 자리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자리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선DB

하지만 2020년 조 전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꾸려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고, 조 회장은 재무건전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호텔 등 비주력 자산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호텔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좁히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주총 표 대결에서 조 회장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조 전 부사장이 복귀가 불가능해진 상태지만, 한진그룹은 비주력 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이 비주력 자산 정리 작업을 완료할 경우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송현동 부지 5578억원, 제주칼호텔 950억원 등 6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 중 매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왕산레저개발의 매각 금액은 13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진그룹은 자산 매각 대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