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계열사를 잇달아 방문하며 경영 최전선으로 복귀했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삼성엔지니어링까지 방문하며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그동안 비교적 발길이 뜸했던 삼성중공업(010140) 등 비(非)전자 계열사들을 찾아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5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일정으로만 총 51번 삼성그룹 계열사의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사업장만 총 37번 찾았다. 본사가 있는 수원사업장은 11번 방문했으며, 반도체 사업의 본진인 화성사업장은 10번씩 방문했고, 최근 규모를 확장 중인 평택사업장은 5번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해외에서 주요 인사가 올 때마다 삼성전자의 화성·평택사업장에서 맞이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평택사업장을 방문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직접 두 정상에게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했다. 화성사업장의 경우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 문재인 전 대통령,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 등이 방문할 때 이 회장이 직접 안내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로, 외부에 알려진 일정은 총 3번이다. 2019년 8월 당시 중국의 저가 공세,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는 충남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신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이어 10월 문 전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3월 생산라인을 점검한 뒤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를 갖자"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기(009150)와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2번씩 방문했고 비전자계열사인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증권(01636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은 2015년에 1번씩 방문했다. 재계에서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지난 7년 가까이 방문하지 않은 비전자 계열사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선업 업황 회복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임직원 격려 차원에서 거제조선소를 찾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어 방문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로 국내 사업장이 아닌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진행되는 제2파운드리 착공식 참석을 점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이 기흥에서 반도체 초격차 기술에 대해 강조한 만큼 재판이 열리지 않는 추석 연휴를 활용해 첫 해외 출장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석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