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이 최근 이탈리아에 신규 무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영국, 체코, 폴란드에도 추가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사회가 러시아산 제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현대코퍼레이션에 대체 수입처를 문의하는 주문이 늘고 있어서다. 여기에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재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유럽 내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은 최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 2016년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밀라노에 있던 연락사무소(지사)를 없앤 지 6년 만에 새 법인을 세운 것이다. 중개무역업으로 등록을 마친 이 법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두 번째 유럽 법인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영국, 체코, 폴란드에도 신규 무역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무역 지사도 법인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현대코퍼레이션 제공

현대코퍼레이션이 유럽에 무역 법인을 추가 설립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종합상사의 본업인 중개 무역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공급망이 무너진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산 제품 수입을 금지한 것이다. 이에 대체 수입처를 찾아줄 수 있는 종합상사에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유럽에선 러시아산 철강재를 대신해 현대제철(004020) 등 한국의 고품질 철강재를 공급해줄 수 있는 현대코퍼레이션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는데, 올해 상반기 현대코퍼레이션의 철강 사업 부문 매출액은 작년 상반기 대비 112% 증가한 1조605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93% 증가한 214억원을 기록했다.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지역마다 거점을 두고 사업을 벌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여기에 유럽의 각 법인을 단일 협력 체제로 묶어 서로 간의 시너지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이를 통해 전체 매출에서 유럽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7%에서 올해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현지 재건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앞서 2010년 현대로템(064350)과 함께 고속전동차 90량을 수주하는 등 현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둔 상태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전후 복구 과정에서 유럽 각지에 마련해둔 법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