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배터리)용 장비를 납품하는 중견기업 SFA(에스에프에이(056190))의 6월 말 별도 기준 수주잔고는 9142억원으로 2017년 1분기(1조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사 계약금(수주 총 금액)을 의미하는 수주잔고는 시차를 두고 매출로 인식되는 만큼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SFA의 대표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용 장비가 수주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었다. 제품 인도와 함께 잔고가 매출로 잡히는 연말쯤이 되면 회사 전체 매출 가운데 약 40%가 2차전지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SFA 관계자는 "소재·장비 산업은 전방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고 있는 것이 큰 트렌드"라며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내 공장 설립을 유도하는 '신(新)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신규 공장을 지으려는 수요도 많다 보니 발주 물량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2차전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장비사들의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기업 분석 서비스 세종기업데이터에 의뢰해 2차전지 장비사의 수주잔고 추이를 받아본 결과, 업계 1위 피엔티(137400)의 6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조3353억원으로 지난해 말(8260억원)보다 6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3562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6월 말 기준 원익피앤이(217820) 역시 수주잔고 4128억원으로 2020년 말(1270억원), 2021년 말(2163억원)과 비교해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씨아이에스(222080), 하나기술(299030)의 수주잔고는 각각 4846억원, 180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48%, 88% 급증했다. 대보마그네틱(290670), 엔에스, 엠플러스(259630), 티에스아이(277880) 등도 수주잔고가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주춤했던 2차전지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 재개된 데다 전기차 등 친환경 기조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장비사들의 수주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0년 40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이 2025년에 약 238조원(18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150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큐와이리서치코리아(QYResearch Kore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터리 장비 산업 매출 규모는 2조원대다.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 비중이 61%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대체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