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용품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의 임이랑 대표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짧으면 6개월에서 보통 1년 넘게 걸린다. 착용감과 디테일을 잡는 과정에서 만드는 샘플 수만 열 개가 넘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니바이에린은 ‘코니 아기띠’로 이름을 알렸다. 가방처럼 투박한 디자인에 무게감 있던 기존 제품과 다르게 가벼운 숄을 걸치듯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입소문을 탔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한몫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수만개의 ‘간증 글’이 쏟아졌고, 코니 아기띠의 인기는 해외로까지 퍼졌다. 코니바이에린은 지난해 매출 243억원을 기록하며 창업 5년 만에 매출 80배 성장을 이뤘다. 아기띠 누적 판매량은 지난달 기준 95만개를 돌파했다. 2020년, 2021년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와 2021년 IF 디자인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끈 코니 아기띠는 임이랑 대표의 손에서 탄생했다. 출산 40일 만에 목 디스크에 걸려 어려움을 겪었다던 그는 육아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의류 디자인은 난생 처음이었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치열히 고민했다고 그는 전했다. 임 대표를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만났다.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가 자사 아기띠를 착용한 모습. /이은영 기자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한 번도 창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대학원을 다니다 취직을 했고 7년 동안 마케팅, 브랜딩 일을 했다. 회사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됐다. 이후 육아를 하면서 느낀 불편함들을 제품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같은 환경에 처한 경력 보유 여성들이 꽤 많을 거라고 봤고, 그 사람들도 편히 일할 수 있는 형태의 무언가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코니바이에린 창업을 결심했다.”

-코니바이에린은 기존 브랜드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

“부모의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가장 다르다. 기존 제품들에서 느낀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마음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제품에는 동기가 있고 디테일 하나하나에도 이유가 있다. 예를 들면, 후드 타월은 아이에게 입히는 수건인데, 목욕을 하고 나오면 물기를 닦기도 전에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둘째 때문에 개발하게 됐다. ‘아이가 온 집안에 물기를 뿌리고 다니는 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온갖 제품을 사모았는데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입히는 수건은 기존에도 있지만 티셔츠 같은 형태여서 입히고 벗기는 게 불편했다. 그래서 옆으로 둘러 입히고 벗길 수 있게끔 어깨에 스냅을 달았다. 스냅은 세개인데 가운데 스냅만 빨간색으로 색깔을 달리 했다. 빨래를 갤 때 스냅을 잘못 채울 때가 있는데 다시 뜯고 채우는 게 사소하지만 번거롭기 때문이다. 가운데 빨간색 스냅부터 채우고 나머지 스냅을 채우면 되도록 했다. 제품 라벨도 가위를 찾아와서 반듯하게 자르는 게 번거롭다는 걸 알기 때문에 손으로도 깔끔하게 찢어지는 라벨을 쓰고 있다.”

-원부자재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 그래서 원단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도매로 사오는 원단들은 용도가 특화된 원단이 아니다 보니 품질에 한계가 있다. 같은 업체에서 생산한 원단이라도 색깔별로 축률이 다르고 이염 정도도 다르고 염료로 다르더라. 그런데 아기용품은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지 않나. 처음 1년 정도는 원단을 사와서 만들다가 이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업체와 함께 원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해외 시장 인기 비결이 궁금하다.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총 70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해외 반응이 좋은 데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1년 미만의 아이는 많이 안아줘야 되고 잠을 하루에 여러 번 자야 하고, 아이를 잘 보살피기 위한 다양한 용품들이 필요하고 아기가 잘 자야 부모가 쉴 수 있다는 건 세계 어느 나라든 같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소구점들이 잘 전달되기만 한다면 문화권과 관계 없이 모든 나라의 고객들이 박수를 칠 거라 생각한다.”

코니바이에린의 임이랑 대표가 자사 아기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은영 기자

-코니의 근무방식도 눈에 띈다.

“전 구성원 재택근무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사무실도 없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사무실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은 안 했다. 사업 초기에 합류한 디자이너는 호주에 살고 있었고 고객 서비스(CS) 담당자는 유능하지만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었다. 모두 본인이 편한 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코니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사업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각 분야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대면 회의가 필요하면 집이나 공유 오피스에 모인다.

-’출산과 육아도 우리에게는 경력’이라는 홈페이지 문구가 인상적이다.

“부모로서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제품도 더 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코니는 여성 직원 비율이 90%다. 특히 CS 담당자들은 전부 아이가 있어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어느 날은 한 고객이 날이 선 말투로 장문의 항의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출산·육아 경험이 없다면 그 글을 보고 진상 고객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담당자는 ‘아기를 돌보느라 하루가 얼마나 고됐으면 이럴까’라고 생각했다더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도와주는 사람은 많지 않고 힘들어지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 않나. 고객의 상황을 머리로만 아는 것과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은 다르다.”

-집에서 두 아이를 기르면서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엄청 어렵다. 일을 병행하면서 아이를 24시간 100% 돌보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재택근무도 ‘근무’다. 아이를 시설에 보내거나 시터에게 맡기는 등 일할 수 있는 고정적인 시간대가 꼭 확보돼야 한다. 가능하면 공간도 분리돼야 한다. 업무공간과 생활공간이 뒤섞이면 힘들다. 도망갈 곳이 없지 않나. 출근 시간이 되면 아이들에게도 ‘엄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어도 모든 걸 다 함께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재택근무와 육아가 지속 가능하려면 분명한 규칙이 필요하다.”

-워킹맘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제품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 ‘수고했다’는 말을 써놨다. 낯간지럽지만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 당시엔 저에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참된 가르침은 부모가 ‘나다움’을 추구하면서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로서 최선을 다해 사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엄마는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잘 설명하면 아이들도 이해한다. 엄마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