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 톱2′인 삼성그룹 계열 제일기획(030000)현대차(005380)그룹 계열 이노션(214320)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 상반기 매출총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금액이다. 광고업계에서는 협업이 많아 매출액이 아닌 매출총이익이 실적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제일기획은 지난해에 이어 올 2분기 또다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속 해외 매출이 많이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업계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광고업계의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총이익 3885억원, 영업이익 880억원을 기록했다. 제일기획은 이미 지난해 2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올 2분기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23%, 22% 증가하면서 이를 갈아치웠다. 1분기와 2분기를 합산한 상반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총이익 7234억원, 영업이익 146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23%, 30% 늘었다.

그래픽=이은현

제일기획은 꾸준한 디지털 광고 증가세와 더불어 해외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실적이 오른 것으로 봤다. 우선 디지털 광고는 국내·외 전 지역에서 물량이 확대돼 지난해 상반기 대비 29% 늘었고, 사업 비중은 지난해 50%에서 올 상반기 52%로 늘었다.

해외 매출도 역할이 컸다.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 가운데 76%를 차지한다. 북미 지역에서는 주요 광고주가 물량을 늘렸고, 맥키니, 바바리안 등 자회사의 비계열 광고대행 물량이 늘면서 지난해 상반기 대비 58% 성장을 이뤘다. 유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인한 BTL(비매체 광고) 물량이 느는 등 해외 전 지역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이노션은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총이익 1777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22억원으로 46% 줄었다. 1분기 실적과 합산한 상반기 실적은 매출총이익 3425억원, 영업이익 511억원이다. 각각 지난해 상반기보다 15% 늘고 3% 줄었다.

이노션은 현대차그룹 이외의 비계열 광고주 비중이 국내·외에서 고루 증가한 가운데, 국내에선 VFX(시각적 특수효과) 기업 ‘스튜디오레논’을 인수한 효과가 반영됐고, 해외에선 원·달러 환율이 오른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은 지난해 대비 11%가량 늘었고, 전체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7%에서 올 상반기 79%로 증가했다. 특히 미주에서 전년 대비 17% 증가한 1847억원의 매출총이익이 났다.

다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 대해선 미주 지역 미디어 대행사 ‘캔버스’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인건비·경상비 등 판관비가 오른 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고 이노션은 설명했다. 2분기 말 기준 이노션은 국내·외에 3800명가량의 인력을 두고 있다. 지난해 대비 321명(10%)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하반기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제일기획은 서비스 영역 다각화 덕에 2분기와 같은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은 단순 광고회사가 아니라, 광고주의 예산을 ATL(매체광고), BTL, 라이브커머스, 이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로 분산시켜 매출로 연계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는 역할”이라며 “3분기에도 분기 최고 실적을 낼 전망”이라고 했다.

이노션은 2분기에 없었던 현대차·기아 신차 발표가 하반기 예정돼있고, 현대차그룹이 공식 파트너사로 있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국내·외 모터쇼도 다수 예정돼 있어 계열사 광고대행 물량을 중심으로 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캔버스 내재화에 따른 이익도 반영이 시작될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이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