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업계가 폴란드에 이어 이집트에 무기 수출을 추진한다. 전 세계 군사력 12위권의 이집트는 아프리카 국가들 중 가장 많은 국방 예산을 지출하는 국가로 최근 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한 이집트는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경공격기 FA-50과 현대로템(064350)의 K-2 전차까지 도입을 검토 중이다.

FA-50 경공격기. /KAI 제공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최근 아프리카를 전담하는 지역전문가(RM)를 투입해 아프리카·중동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첫 수출 대상국으로 이집트를 선정하고 FA-50 경공격기 수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KAI는 앞서 지난 3일 수도 카이로의 피라미드 인근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에 참가해 국산 항공기 T-50을 선보였다. T-50은 FA-50의 기본 모델이다.

KAI가 이집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집트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방산 시장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12위의 군사력을 지닌 이집트는 현재 군 현대화의 일환으로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인데, 오는 2023년 기종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노후 항공기 교체도 추진 중인 만큼, 지난달 최초 비행에 성공한 한국산 초음속 전투기 보라매(KF-21)의 잠재 수출 대상국이기도 하다.

FA-50은 이집트 공군의 주력 기종인 F-16 전투기와 호환 가능성이 높은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이는 FA-50의 기본 모델인 T-50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F-16을 기반으로 공동 설계한 기종이기 때문이다. 경쟁 기종으로는 중국 항공공업그룹(AVIC)의 L-15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사의 M346이 꼽히지만, 조종사 양성 교육과 작전 호환성 면에서 FA-50이 더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란드가 지난달 FA-50 48대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기존 주력 전투기들과의 호환성을 고려한 결과다.

기동훈련 중인 K2 흑표 전차.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도 이집트에 K-2 흑표 전차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 육군을 자랑한다. 이스라엘과의 충돌에 대비해야 하고, 유사시 드넓은 사막에서 싸워야 하는 전장의 특성상 전차에 대한 수요도 높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집트는 M-60, T-80, T-62, T-55 등 3000대가 넘는 노후 전차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K-2 전차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이집트에 전동차를 수출한 전례가 있어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달에도 이집트에서 8600억원 규모의 지하철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작년 11월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EDEX 2021′에도 참가해 K-2 전차를 선보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후 이집트의 방위사업부는 한국 방사청과 회동을 갖고 이집트 현지에서 K-2 전차 공동 생산이 가능한지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는 국산 무기의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과 신속한 공급 능력이 해외 방산 시장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폴란드가 국산 무기를 도입한 이유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따른 전력 공백을 미국과 독일이 신속하게 메워주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반면 한국은 현지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자국에 사용할 무기를 생산하는 데도 벅찬 상황”이라며 “해외 방산기업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앞설 수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