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중국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중간재 수입 증가·공급망 재편·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이런 내용이 담긴 ‘최근 對中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근 대중국 무역적자가 ▲배터리·반도체 등 중간재 무역수지 악화 ▲디스플레이 등 생산 감소 ▲RCEP에 따른 관세 인하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으로부터 원자재·중간재 품목의 수입량이 급증하며 무역수지가 악화됐다. 특히 이차전지의 원료가 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올해 상반기 대중국 수입액은 72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8억3000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의 수입액도 지난해 상반기 11억10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1억8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디스플레이 등 산업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도 대중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해 한국에서는 사업을 줄이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품목의 경우 올해 상반기 대중국 수입량은 지난해(4억5000만달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1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일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대중국 무역 적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RCEP은 한·중·일·호주 등 15개국이 참여한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보고서는 RCEP 발효로 인해 관세가 인하된 품목의 수입량이 증가했고,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이 맞물려 수지가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올 상반기 대중국 수입액은 11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입액(5억6000만달러)의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 경제 상황이 나빠지며 한국의 대중국 수출량도 감소세를 보였지만, 중국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대중국 무역적자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및 중국 도시 봉쇄 등 공급망 취약성뿐만 아니라, RCEP 특혜 관세 영향에 따른 수입 증대로 대중국 무역적자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향후 정책 과제에 대해 한중 FTA를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RCEP 채널 활용과 더불어 한중 기업 간 협력 플랫폼을 가까운 시일 내 구축해 한중간 실질적 협력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대중국 무역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대중국 교역구조 변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중 FTA 업그레이드나 RCEP 활용을 강화하고, 수입 다각화와 기술력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