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 대표를 뽑는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 캠프와 군 출신 관계자들이 하마평에 오른 가운데, KAI 안팎에서는 FA-50 전투기 수출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개발 사업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둔 만큼 항공우주산업의 전문가가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안 사장의 후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 5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임시주총이 열리는 9월 5일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 7월 27일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이 FA-50 경공격기를 납품할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방부공동취재단

KAI는 그동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사장이 바뀌어왔다. 안 사장을 비롯해 역대 사장 7명 모두 외부에서 왔다. 이는 최대 주주가 한국수출입은행(26.41%)이고 2대 주주 역시 국민연금공단(9.55%)으로 정부의 입김이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지분 구조 탓이 크다. 안 사장의 경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거쳐 문재인 정부 때 초대 일자리수석에 내정됐던 인물이다. 검증 단계에서 낙마했지만, 2019년 9월 KAI의 7대 사장으로 선임됐다.

안 사장의 후임으로 백승주 전 국회의원,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이왕근 전 공군참모총장, 강구영 전 공군 참모차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 A씨 등이 하마평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백 전 의원은 윤석열 대선 본부 출신, 강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인들의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 포럼' 출신이다. 안 사장이 연임하거나 내부에서 승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KAI 안팎에서는 현 정권과 밀접한 인사보다 항공우주산업의 전문가가 사장으로 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산 경공격기 FA-50의 수출,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 사업,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등 굵직한 현안들을 앞두고 있어서다.

지난 7월 6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생산완료된 국산 전투기 KF-21 1호기의 지상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KAI는 최근 폴란드에 FA-50 49대의 기본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잠재 고객인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이집트 공군에 FA-50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인데, 전 세계 1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9일 첫 비행에 성공한 KF-21의 체계 개발 사업도 한창이다. KAI는 오는 2026년까지 2000여회에 달하는 KF-21 비행 실험을 통해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KAI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입찰도 앞두고 있다. 총 6874억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누리호(KSLV-Ⅱ)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기업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처럼 우주발사체 설계부터 조립, 발사, 관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기업을 정부가 육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뿐 아니라 우주 사업까지 KAI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KAI가 직면한 현안들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