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CO홀딩스(005490)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의 리튬 생산 속도를 올리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확보한 염호 주변에서 다른 기업들의 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지하에 있는 염수 리튬을 선점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2024년부터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염수를 활용해 연간 수산화 리튬을 5만톤(t)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약 120만대에 해당하는 이차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연간 2만5000t의 수산화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1단계 설비 공사에 착수한 상태며 올해 중으로 연산 2만5000t 규모의 2단계 설비도 착공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의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공장. /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홀딩스가 염호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이유는 염수 리튬 생산 방식의 특성과 맞물려 있다. 염수 리튬은 지하 600m 깊이로 관정을 뚫은 뒤 고여있는 염수를 뽑아 올리고, 증발과 추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지상' 부지 규모는 포스코홀딩스가 2만5500헥타르로 주변 경쟁사 리벤트(Livent)나 알파리튬(Alpha Lithium) 등을 5배가량 앞선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시추를 본격화하면서 '지하'의 염수를 확보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의 사업면적도 중요하겠지만,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지하에 있는 염수를 먼저 뽑아 올리는 쪽이 더 많은 리튬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며 "포스코홀딩스 인근 사업부지에서 시추 규모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가 공정 기간을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것도 속도전을 위해서다. 폰드에 저장한 염수를 자연 증발해 초고농도로 농축한 뒤 리튬을 생산하려면 최대 2년가량이 걸린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는 폰드에서 저농도로 농축한 뒤 자체 개발한 염수리튬 추출 기술로 리튬을 3개월 만에 생산할 수 있다.

리튬 확보는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가치사슬(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을 위한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리튬은 양극재의 원료로 배터리에서 양·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보통 양극재 1t당 0.46t의 리튬이 쓰인다. 포스코케미칼은 2024년부터 양극재를 연간 19만5000t 생산할 계획이다. 9만t 이상의 리튬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포스코그룹은 옴브레 무에르토 염수리튬과 호주 필바라사에서 공급받는 리튬 광석 등을 활용해 이를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자체 조달을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니켈과 망간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전 세계적인 긴축에 따라 3분기 들어 연 고점보다 40%가량 하락한 것과 달리, 리튬(탄산리튬 기준)은 t당 7만달러(약 9000만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탓이다. 특히 2025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이 본격화하면 리튬 공급과 수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도 지난달 열린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리튬 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선 리튬 확보가 관건"이라며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을 조기에 개발하고, 광석 리튬도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