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젠테(Jente)의 정승탄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7개국의 부티크 100여곳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그 덕에 가품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젠테는 2020년에 설립된 3세대 명품 플랫폼이다. 해외의 명품 부티크로부터 직접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한다. 창업 2년 만에 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10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 171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다.

정승탄 젠테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소재 사무실에서 자사 명품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

-패션업계 경력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력을 소개해달라.

“대학을 휴학하고 루이비통 코리아에 면접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 단순히 패션을 좋아해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패션의 본질에 다가가기는 어려웠다. 본사에서 주는 제품을 한국에서 어떻게 잘 팔 것인가를 고민하는 유통업에 가까웠다. 제품 개발과 생산을 경험하고 싶어 뉴욕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 제조사에 취직했다. 유럽에서 직접 원단, 지퍼, 단추 등 소재를 구해오는 일이 재미있었다. 결국 2~3년 더 다니다 번 돈을 전부 투자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2년 동안 이탈리아 가정에서 지내면서 피렌체 가죽학교를 다녔고 불가리에서 인턴십을 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의 패션시장에 대해 전문 컨설팅을 해줄 수 있을 만큼의 전문가가 됐다.”

-젠테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한국에도 이탈리아의 부티크나 영국의 파페치(Farfetch) 같은 제대로 된 플랫폼이 있었으면 했다. 유행을 따라가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명품의 가치를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플랫폼 말이다. 단순히 최신 유행하는 옷과 신발을 모아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제품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브랜드의 이름이 어디에서 기원했고,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이었고, 왜 이런 옷을 만들게 됐는지 등 소비자가 제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전하는 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한국 사업은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2년 만에 큰 성과가 났다. 재구매율도 50%에 육박한다.

-젠테는 기존의 명품 플랫폼들과 무엇이 다른가.

“우선 제품을 고르는 과정이 다르다. 기존 플랫폼들은 ‘명품 브랜드→부티크→현지 구매대행사→국내 구매대행사→국내 도·소매’ 순서로 제품을 유통한다. 플랫폼은 도·소매 업체를 입점시키는 등 단순히 제품 구매를 중개하는 경우가 많아 상품을 관리하기 어렵다.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가격도 오르고 가품이 생길 위험이 있다. 젠테는 부티크로부터 직접 제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가품이 없는 것은 물론 유통 수수료를 아껴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또, 부티크들과 재고시스템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각 부티크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매 중개 플랫폼에서는 구매하려고 보니 품절돼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젠테는 그렇지 않다. 국내 유통 대기업과 플랫폼을 대상으로 기업간 거래(B2B)를 하고 있다는 점도 젠테만의 차별점이다.”

명품 플랫폼 젠테 애플리케이션 화면. /젠테 캡처

-제품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

“부티크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뚫기가 힘들었다. 부티크는 특정 브랜드로부터 직접 소싱해 파는 편집숍에 가깝다. 오래 전 상류층에 의류와 잡화를 팔던 곳에서 기원해 명품 브랜드와 역사를 같이 한다. 저마다 100~200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자부심도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플랫폼에 제품을 공급해달라’고 말했을 때 ‘내가 왜 브랜드와 200년 동안 쌓은 관계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답이 오곤 했다. 여기다 부티크는 소수의 오프라인 충성고객이나 관광객이 주된 고객이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에 배타적이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결국 그들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얻어야 했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 연락하는 곳들이 300~400곳에 달하는데 명절마다 편지를 보내고 우리 소식을 전하고 싶을 때마다 연락을 한다. 당장은 답이 없더라도 언젠간 마음을 열더라. 친밀도를 높여 계약 규모을 키우고, 약속한 것을 철저히 지키면서 신뢰를 쌓았다. 일년에 두세 번 보름가량 유럽을 다녀오는데, 현지에서 운전을 5000~6000km씩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또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판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한몫 했다.”

-최근 100억원 투자를 받았다. 다음 사업은 무엇인가.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2년 만에 기업가치 500억을 인정받아 최근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내년엔 1500억원 가치로 시리즈B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신사업을 시작하기보단 하던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우선 이탈리아에 현지 물류센터를 둘 계획이다. 지금은 서울에만 한 곳이 있어 물건이 한번 잘못 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앞으로는 현지 물류센터에서 사전 검수를 한번 더 하려 한다.

사업 강화 이후엔 명품 아동복 유통을 해보려 한다. 고객들이 남기는 리뷰 사진을 보면 아이들과 찍은 것들이 많다. 본인이 명품을 입는다면 자녀들에게도 입히고 싶을 거라고 봤다. 국내 안전성 인증 절차가 까다롭지만 투자도 받았으니 제대로 준비해보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확장을 꿈꾸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젠테(jente)’는 이탈리아어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젠테가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는 ‘온라인 하이패션 갤러리’가 됐으면 좋겠다. 단순히 옷만 파는 곳이 아닌, 명품의 가치를 들여다보고 즐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럽 부티크처럼 100년, 200년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