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정치와 맞물려 원유운반선(탱커선) 시장에서 장거리 운항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운항 거리가 멀수록 선박 공급량이 제한되는 효과가 있어 운임이 상승할 수 있다. 반면 컨테이너선 시장에선 경기 부진 여파로 장거리 항로가 줄어드는 추세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해운분석업체 MSI는 앞으로 탱커선의 장거리·초장거리 운항 비율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탱커선 시장의 장거리·초장거리 운항 비율은 2010년대 44%에서 지난해 54%로 증가했는데, MSI는 2026년에 59%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추진하면서 미국과 중동산 물량으로 대체해야 한다. MSI는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와 아시아 간 원유 물동량도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운항거리가 길어지면 운항시간이 늘어나고, 시장에 선박 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탱커선은 평균 운항거리가 길어지면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약세를 보였던 시황이 반등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수에즈막스급(13만~16만DWT·재화중량톤수) 탱커선의 1분기 수익률이 지난해 1분기보다 77.1% 높았고, 2분기엔 전년 동기보다 340.5% 뛰었다. 아프라막스급(9만~11만DWT) 탱커선 역시 1분기와 2분기 수익률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167.6%, 369.5%에 성장했다.
팬오션(028670)도 2020년 4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던 탱커선 부문이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팬오션의 탱커선 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0억원, 2분기 영업이익 212억원을 기록했다. 탱커선 부문 반등에 힘입어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4079억원으로 2008년 슈퍼 사이클 이후 14년 만에 4000억원 선을 돌파했다.
반면 컨테이너선 시장은 운항거리가 지난 4월을 정점으로 짧아지고 있다. 주요 원거리 항로가 부진한 여파다.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시아~북미 노선 컨테이너선의 선복량(적재능력) 대비 적재량이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90%선을 밑돌았다. 아시아~유럽 노선의 컨테이너선 선복량 대비 적재량도 70%대로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장거리 노선의 물동량이 감소한 결과다.
원거리 항로가 부진하자 컨테이너선 운임도 약세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9일 기준 3887.9를 기록해 연초보다 23.9% 하락했다. 오는 10월까지 주요 선사들이 아시아~북미 노선에 기존 선복량의 20% 규모를 더 투입할 예정이어서 컨테이너선 장거리 노선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컨테이너선 운임에서 장·단기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1년 단위 장기 운송계약 요금보다 스팟(Spot·비정기 단기 운송) 요금이 더 저렴한 수준이 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컨테이너선사가 운임에 따라 수출기업과 장기 계약을 깨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며 "다시 반대 상황이 돼 선·화주 간 상생과 더 멀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