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소속 걸그룹 블랙핑크는 이달 컴백을 앞두고 모바일 전투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 메타버스 공연을 열었다. ‘더 버추얼(THE VIRTUAL)’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인게임 콘서트’에서는 멤버들의 3차원(3D) 아바타가 등장해 약 8분간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 사운드는 기존 음원을 활용했지만 안무는 모션캡처 작업으로 멤버들의 움직임을 구현했다.
전투기에서 내려오며 등장한 아바타 블랙핑크는 총성과 함께 ‘뚜두뚜두’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후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등 히트곡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무대는 신곡 ‘레디 포 러브(READY FOR LOVE)’였다. 이 노래는 인게임 콘서트를 위한 스페셜 트랙으로, 이번 공연에서 최초 공개됐다.
관객들은 응원봉을 들고 무대 아래에서 응원을 하거나 안무를 따라 췄고, 공연 중 거품이 떠오르면 이를 타고 아바타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다. 공연 중인 노래에 맞춰 리듬 게임도 할 수 있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북남미 지역으르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차례로 오픈됐고, 사전 예약자만 500만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국내외 대규모 공연 투어가 가능해졌지만, 엔터테인먼트사들이 가상공간에서 아티스트 데뷔 행사를 하거나 신곡 공연을 하는 등 주요 활동에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공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오프라인 행사의 대안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가 된 모습이다.
2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블랙핑크는 메타버스에서 신곡 ‘레디 포 러브’의 퍼포먼스 무대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멤버들 대신 메타버스 공연에 등장했던 3D 아바타가 연기를 펼쳤다.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1500만회를 넘기며 그날 유튜브 영상 가운데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약 2년 만의 블랙핑크 단체활동 컴백을 앞두고 가상공간에서 먼저 팬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는 지난 3월 신인 걸그룹 엔믹스의 데뷔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페토에 ‘엔믹스 월드’를 만들어 팬덤 콘텐츠를 제공한 것인데, 컨셉포토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그대로 재현한 멤버 아바타와 사옥 연습실 등을 구현했다. 연습실에서 멤버들과 사진을 찍고 함께 데뷔곡 ‘오오(O.O)’ 안무를 출 수도 있다. 자신의 아바타가 안무를 추는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엔믹스 멤버와 한 팀을 이뤄 게임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팬파티 이벤트도 열렸다. 앞서 JYP는 지난 2020년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에 50억원을 투자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는 메타버스 관련 기업을 세워 사업 확장에 나섰다. SM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 콘텐츠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 광야’를 설립했다. 스튜디오 광야는 스튜디오A를 통해 다양한 시각특수효과(VFX)와 가상인간, 가상현실(VR)을 제작하고, 뮤직비디오 전문 스튜디오와 가상 스튜디오 제작 등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VR 콘텐츠 기업 ‘어메이즈VR’과 조인트벤처 ‘스튜디오A’를 설립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스튜디오A의 VR 콘서트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를 위한 VR 콘서트 제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엔터업계가 메타버스 활동을 확대하는 이유는 투입 비용 대비 높은 홍보 효과 때문이다. 오프라인 행사보다 비용과 시간은 적게 들지만 훨씬 많은 참여자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엔믹스 데뷔와 동시에 제페토에 마련된 엔믹스 월드는 엿새간 방문자가 100만명을 넘겼고, 팬들이 제페토에서 만든 엔믹스 관련 콘텐츠는 60만개에 달했다.
특히 메타버스 콘서트의 경우 사전에 촬영해둔 자료와 시각특수효과만 있다면 공연 횟수와 관객 수 제한 없이 열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블랙핑크의 인게임 콘서트는 지난달 23~24일 오후 2~4시, 오후 8~10시 각 2회 진행됐으며 지난달 30~31일에는 24시간 관람 가능했다. 콘서트 관람 예약자만 500만명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2019년 북미 공연 관객수는 7만6000명이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과 해외 투어가 불가능했을 땐 메타버스가 일종의 대안처럼 쓰였다”며 “그러나 메타버스 플랫폼은 케이팝 팬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0대가 주된 이용자인 데다 공연 등 팬덤 활동에 시공간 제약이 없어 대안 그 이상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