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을 비롯한 주요 원재료 가격이 꺾이면서 철강재 값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나,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모두 하반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강판 가격을 그동안 충분히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 역시 하반기 원재료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강판 가격은 포스코, 현대제철과 현대차·기아가 협상해 결정하는 구조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자동차사에 대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김원배 현대제철 열연·냉연사업부장은 "상반기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 스마트 공장./현대차 제공

철강업계가 한목소리로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리자고 나선 이유는 다른 철강재보다 비교적 인상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상반기 톤(t)당 5만원을 올리며 4년 만에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하반기에 t당 12만원, 올해 상반기에 t당 15만원가량 올렸다. 총인상률은 약 30%다. 반면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t당 70만원가량 올렸다. 2020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105%가량 뛰었다. 열연강판이나 냉연강판 평균 가격 역시 상승폭이 2배 안팎이다.

이 같은 인상폭을 고려할 때 자동차 강판 가격에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게 철강업계의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원료탄(석탄) 가격이 최근 하락했지만 생산 단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3개월의 시차가 있다"며 "그나마 다른 제품은 원자재 가격 인상률이 충분히 반영됐으나 자동차 강판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수급 상황도 가격 인상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완성차 생산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질을 빚었으나, 지난해 3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완성차 생산량은 18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7~19% 증가할 전망이다. 기아도 하반기 자동차 생산량이 올해 상반기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 확대로 고급강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가로·세로 1㎜ 크기의 재료가 100㎏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기가파스칼(㎬)급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포스코의 무방향성 전기강판이나 현대제철의 MS(Martensitic)강판 등 전기차 엔진이나 이차전지에 쓰이는 제품도 내놓았다. 철강업계는 합리적 가격 결정이 이뤄져야 완성차용 철강재 연구·개발(R&D) 투자도 탄력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도 올해 하반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을 상수로 두고 있다. 이에 자동차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 적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원가부담 증가가 전망된다"고 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도 "3분기에는 지난 분기보다 재료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고 원가 부담을 가격으로 전가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