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한 공장 자동화가 아니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해 공장 가동률과 수율(생산 제품 중 양품 비율)을 끌어올려 경쟁사들과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373220) 대표이사(부회장)는 최근 임직원 공지를 통해 ▲품질역량 ▲스마트팩토리 ▲밸류체인 ▲신사업 추진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사람의 경험과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기계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근거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스마트팩토리는 우리 사업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라고 했다. 권 부회장은 "가야할 길이 명확하게 정해진 만큼 이제는 각 조직별로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실행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달 초 3박5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에 나서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및 스마트팩토리 관련 주요 협력사인 지멘스 등을 방문했다. 권 부회장 스마트팩토리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을 방문했고, 경영진과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품질 문제와 연결된다. 권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대규모 리콜 사태가 진행되는 와중에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취임 초부터 품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권 부회장이 유럽 출장 중에 방문한 암베르크 공장은 모든 생산 공정을 데이터화해 위험 요소를 차단하고 불량률 발생을 최소화해 '꿈의 공장'으로 불린다. 불량품은 제품 100만개 가운데 10개 미만으로 전해졌다.

삼성SDI(006400)는 천안사업장에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AI와 센서가 공정을 총괄하고 무인운반차(AGV)가 제품을 실어나르는 최고 수준의 무인·자동화 시스템이다. 삼성SDI는 천안사업장에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글로벌 생산 기지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도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팩토리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연구소 전경. /삼성SDI 제공

SK온은 데이터 기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AI와 로봇에 기반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일종인 'BaaS AI'를 개발했다. 연구 및 제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SK온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최근 이강원 SK텔레콤(017670) 클라우드기술 담당을 최고데이터책임자(CDO)로 선임하고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IBM 왓슨연구소에서 네트워크 빅데이터를 연구하던 이 CDO는 SK텔레콤에선 소프트웨어와 AI 반도체 개발 업무를 맡았다. 그는 SK온에서 AI와 로봇에 기반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장은 똑같은 생산 라인을 깔아도 근무자의 업무 숙련도에 따라 수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설 공장의 수율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도입해 배터리 품질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