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이 연속으로 건조하는 신규 대형 수상함(水上艦·잠수함과 달리 물에 떠 있는 배) 사업의 설계 용역이나 1번함 건조 수주경쟁에서 최근 3년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잇달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초도함 또는 선도함으로 부르는 1번함은 연속 건조되는 해당 함급의 기준 사양을 갖춘 최초의 선박으로, 발주 시점에 군이 원하는 기술력의 결정체다.

현대중공업이 수상함 분야에서 선전하면서 '수상함의 현대, 잠수함의 대우'라는 양강 구도가 굳어진 모습이다. 대우조선은 2010년대 중반까지 수상함 분야에서도 막강한 실력을 과시했으나 현대중공업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28일 진수식을 앞둔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제1번함 정조대왕함이 울산조선소에 정박해 있다. /뉴스1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울산조선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8200톤급 정조대왕함의 진수식을 성료했다. 정조대왕함은 앞으로 시험평가를 거친 뒤 2024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정조대왕함은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사업의 1번함이다. 국내 조선·방산 기술의 집약체로, 미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과 맞먹는 성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급(KDX-III Batch-I, 7600톤급)보다 탄도탄 요격 능력과 대(對)잠수함 작전 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사업에는 3조9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1척당 1조3000억원의 건조 비용이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1, 2번함의 건조를 맡았고, 3번함은 올해 하반기에 건조업체가 선정된다.

1번함 이후 건조되는 2, 3번함은 1번함을 토대로 건조된다. 이 때문에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대형 함정의 1번함 수주를 놓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중공업은 KDX-III에서 Batch-I 사업 1번함인 세종대왕함에 이어 Batch-II 사업 1번함도 수주했다. 2조8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3500톤급 신형 호위함 6척을 건조하는 FFX Batch-III사업의 상세 설계 용역 및 1번함 건조 계약도 지난 2020년 3월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형 경(輕)항공모함 기대를 받고 있는 4만톤급 대형수송함(LPX-II)사업의 개념설계와 6500톤급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의 기본설계 계약도 각각 2019년 10월과 2020년 12월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는 6월말 현재 22억5600만달러(매출 기준)의 수주잔량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특수선과 상선의 분리 매각설이 나오는 대우조선은 같은 기간 3조4000억원을 들여 3척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KSS-III(장보고-III) Batch-II 사업 1, 2번함을 수주했다. 그러나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는 2010년대 전반 2800톤급 신형 호위함(FFX Batch-II) 사업의 1번함(대구함)을 마지막으로 10년 가까이 신규 대형 수상함 분야에서 1번함 수주를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4400톤급 구축함(KDX-II) 사업의 1번함인 충무공이순신함을 건조하는 등 수상함 사업의 강자였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은 2009년부터 소말리아 해역으로 파병되는 청해부대의 기함 역할을 해오며 한국 해군을 해외에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