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자회사들이 수년만에 배당에 나섰다. 상반기 중국의 코로나 방역 봉쇄가 길어지면서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해졌지만, 여전히 배당 의지는 강하다. 대주주 경영 승계를 위한 지주사의 현금 수요가 큰 상황에서, 건설기계 부문의 역할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6일 2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2009년 이후 14년만에 2022년 사업연도에 대한 현금배당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배당에 대한 투자자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배당성향 또는 시가배당율 기준의 배당 지급을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가 배당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배당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3월 주주총회 결의로 주식발행초과금 3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제뉴인, 현대건설기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최고경영자들이 2025년 출시 예정인 통합 굴착기를 살펴보고 있다./현대제뉴인 제공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35.41%, 평균 시가배당률은 2.32%였다. 이를 바탕을 추산하면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배당 총액은 최대 84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룹 최정점에 있는 HD현대(267250)의 100% 자회사 현대제뉴인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33.35%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 280억원의 배당이 예상된다.

현대제뉴인 산하의 또다른 건설기계 자회사인 현대건설기계도 올해 3년만에 배당을 했다. 배당총액은 228억원으로, 지분 33.12%를 갖고 있는 현대제뉴인 몫은 약 75억원이다.

작년에 만들어진 현대제뉴인은 HD현대의 100% 자회사이다. 건설기계 자회사가 현대제뉴인에 배당하면, 현대제뉴인의 실적으로 잡히게 된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현대제뉴인이 배당하면 모두 HD현대의 수익이 된다. HD현대 지분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6.6%, 정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대표가 5.26%를 갖고 있다. 건설기계 자회사가 현대제뉴인에 배당하면 HD현대를 거쳐 정 이사장과 정 대표로 흘러가는 구조다.

배당이 현대제뉴인의 지분 100%를 보유한 HD현대의 결정만으로 가능한 만큼, 결국은 시점의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의 높은 배당성향을 뒷받침할 안정적 수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지난해 사업연도 별도기준 순이익 5021억원 가운데 3922억원을 배당했다. 2018~2021년 4년 평균 배당성향은 91.2%다.

정기선 대표는 지난 2018년 KCC(002380)가 보유한 HD현대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대금 3540억원을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에게 증여받은 3040억원, 주식담보대출 500억원으로 충당했다. 정 사장은 이에 따라 발생한 수천억원대 증여세와 주식담보대출 이자를 계속 부담하고 있다.

정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도 증여·상속세 등을 부담할 여력을 계속 확보해야 한다. 정 이사장 역시 정 사장에게 2018년 증여한 금액을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해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지금까지 HD현대의 주요 수익원은 현대오일뱅크였다. 현대오일뱅크는 2017년 2680억, 2018년 3127억, 2019년 2233억원, 2022년 2186억원을 HD현대에 배당했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508억원, 705억원으로 배당 규모가 줄었다. 현대오일뱅크보다 금액은 적지만, 건설기계 부문의 배당 수입이 요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건설기계 자회사들은 올해 중국의 코로나 방역 봉쇄 장기화 및 원자재 가격, 물류비 급등으로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올해 4~6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대(對)중국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8%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총매출과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5.1%, 63.1% 줄었다. 중국은 이 회사 총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기계 역시 대중국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이에 따라 총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0.4%, 72.3% 감소했다.

이와 관련 현대제뉴인은 대주주의 경영 승계 또는 지주사의 현금 수요와 건설기계 부문의 배당정책의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로서는 HD현대에 대한 배당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어 현대건설기계의 올해초 배당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에 따른 결과이며,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14년 만의 배당은 현대중공업그룹 편입후 재무구조를 개선한 결과라는 입장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