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기업을 두고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맞붙을 예정이다. 향후 국내 우주 사업을 주도할 기업을 선정하는 일인 만큼, 두 기업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대전 항우연 산학연협력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관련 입찰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누리호 제작에 참여했던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관계자들이 이번 설명회에 참석한다.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지난달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의 후속 사업이다. 앞으로 누리호를 4회 더 발사하면서 제작 기술의 숙련도 향상 및 제작 공정의 효율화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기업을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하고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영 등 한국형 발사체 개발 전 주기에 해당하는 기술을 이전할 예정이다.

체계종합기업이란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처럼 우주발사체 설계부터 조립, 발사, 관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 최초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누리호 기술 이전을 받을 경우 앞으로 한국의 우주 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관심을 갖고 있다.

항우연이 최근 나라장터에 올린 입찰공고에 따르면,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6년이다. 총 6874억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입찰 마감은 오는 8월 30일이다. 입찰 기업은 한국연구재단의 평가를 거치며,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우선협상 대상 기관을 최종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개념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료 캡처

업계에서는 사실상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파전으로 보는 분위기다. KAI는 지난 누리호 개발사업에서 300여 민간 기업이 제작한 부품을 총조립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를 비롯해 4개의 엔진을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움직이게 하는 ‘클러스터링 치공구’도 KAI가 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 발사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엔진 제작에 강점이 있다. 누리호에 탑재된 6개의 엔진(1단 4개, 2·3단 각 1개)을 조립해 납품한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특히 1단용 75톤(t) 액체 엔진은 독자 기술로 개발,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까지 마친 최초의 우주발사체 제품이다. 영하 180도에 달하는 극저온의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모두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두 기업이 체계종합기업 선정을 노리는 이유는 우주 사업의 전망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2707억달러(약 298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132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 한 곳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도, 각 기업의 강점이 뚜렷한 만큼 장기적인 협력 체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계종합기업 한 곳이 모든 우주 사업을 독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앞으로도 협력 체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외부 홍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