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포스코에 사내 협력사(하청) 직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포스코 사내 하청 직원 수가 직영 정규직 인원과 비슷한 규모여서, 고용 전환과 관련한 포스코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고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 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 하청 직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정년이 지난 4명에 대한 소송은 각하하고, "정년이 도래하지 않은 원고들에 대해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한다"며 하청 직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포항본사. /뉴스1

대법원이 포스코와 사내 하청 직원들의 관계를 파견법상 파견 근로라고 판단하면서 포스코는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파견법은 총 파견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안 되고,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송을 주도한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사내 하청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했다. 하청지회는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포스코는 모든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하청 노동자가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불법파견 추가 소송단에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총 7차까지 진행 중인 추가 소송단에는 이날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을 제외하고 749명이 참여하고 있다. 3·4차 소송은 2심에서 원고(사내 하청 직원)가 승소했고, 5~7차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이날 대법원 선고에 따라 이들 소송에서도 사내 하청 직원들이 이길 가능성이 커졌다.

포스코에 따르면 현재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내 협력사는 100곳 안팎으로 직원 수가 1만5000여명이다. 포스코 직영 정규직·무기 계약직 직원 수(1만7000여명)와 맞먹는다. 노동계는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의 평균 연봉 격차가 3000만원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포스코가 사내 하청 직원을 모두 직접 고용하고 임금을 같은 수준으로 올려주면 연간 인건비가 5000억원 이상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현대제철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지난해 당진제철소와 인천·포항공장에 자회사 3개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을 직영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으로 직접 고용했다. 협력사 직원 7100여명 가운데 4500여명이 자회사로 소속을 옮겼다. 금속노조 등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방식을 '꼼수'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법부가 잇따라 사내 하청 직원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서 다른 제조업계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현대위아(011210)의 사내 하청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도 사내 하청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한국GM 등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선고 결과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법원이 일부 공정의 도급생산방식에 파견법을 적용해 불법 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입장"이라며 "도급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독일, 일본 등 철강 경쟁국들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고 특정 제품 자체의 생산을 완성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생산공정의 일부도 얼마든지 도급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의 변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