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케이팝(K-POP) 팬들이 음악 스트리밍 업체에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온라인을 통해 음원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또 불필요한 음반 구매와 음원 스트리밍을 유발하는 케이팝 산업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팝 팬들의 기후행동 플랫폼인 ‘케이팝포플래닛(지구를 위한 케이팝·KPOP4PLANET)’은 최근 국내 최대 스트리밍 업체인 ‘멜론’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은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에 이런 내용의 리뷰를 수백개 작성하는가 하면, 케이팝 공연장에 모인 팬들에게 이 같은 요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이 진행 중인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 이미지.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스트리밍이란 파일 다운로드 없이 인터넷을 통해 음원이나 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팬들은 이로 인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을 문제 삼으며, 이 과정을 친환경으로 전환해 탄소 걱정 없이 스트리밍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케이팝 산업을 위해선 국내 기획사들의 친환경 음반 발매를 넘어 음원 업계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영국 정부가 설립한 탄소 저감 관련 비영리기관 카본트러스트(The Carbon Trust)에 따르면 음악이나 동영상 등 미디어를 한 시간 스트리밍 할 때 55그램(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멜론에 따르면 지난해 멜론의 총 서비스 시간은 37억 시간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멜론이 음원 스트리밍으로 연간 발생시키는 탄소 배출량은 20만톤 이상이다. 승용차 4만3000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이 때문에 해외 주요 음원 업체들은 친환경 스트리밍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음원 플랫폼 아이튠즈와 애플뮤직을 운영하는 애플은 2018년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43개국 모든 시설을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했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도 매년 기후행동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재생에너지 사용, 폐기물 저감 등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멜론 관계자는 “최초 스트리밍 시 단말기에 데이터가 저장되기 때문에 20만톤보다 훨씬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또,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멜론은 카카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동참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숲 조성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애플 앱스토어의 멜론 앱 리뷰 창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리뷰가 적혀 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근본적으로는 케이팝 산업의 문화를 바꿔 불필요한 음원 소비를 줄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음원을 듣지 않을 때에도 장시간 스트리밍을 한다. 이 때문에 케이팝 팬들의 평균 스트리밍 시간은 일반 소비자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조사에 따르면, 일반 음원 소비자들은 하루 평균 2.6시간가량 음악을 듣는데, 케이팝포플래닛이 국내외 케이팝 팬 10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하루 5시간 이상 스트리밍을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가운데 60%가량은 국내 최대 플랫폼인 멜론을 사용한다고 답했는데 그중 50%는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의 음원을 스트리밍하기 위해 멜론을 사용하고 있었다.

케이팝포플래닛의 이다연 활동가는 “친환경적인 케이팝 문화를 위한 첫 단계가 기획사들의 ‘플라스틱 제로’ 앨범 발매라면, 그 다음은 스트리밍 등 디지털 전송에 따른 탄소 배출 줄이기”라며 “기획사 노력에 더해 음원 업체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차트 집계 방식을 개선해 팬들이 음반을 중복 구매하고, 듣지 않는 음원을 재생하게 하는 문화 자체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