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과 저궤도위성 기반 초고속인터넷이 함께 상용화되면서 해상통신 시장이 수요·공급 양측면에서 성장기를 맞고 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달 초 상선 및 해양플랜트 등을 위한 해상 인터넷인 스타링크 마리타임 서비스를 개시했다. 첫 단계에서는 미주, 유럽, 호주 연안에서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올해 4분기부터는 동북아시아와 북태평양, 북대서양 원양 등 북반구 중위도 전역에서 쓸 수 있게 된다. 내년 1분기에는 남반구 및 극지방 전체까지 서비스 지역이 확대된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항에서 열린 HD현대 자회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선박 시연회에서 관계자가 경로 설정 네비게이션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뉴스1

스타링크 마리타임은 스페이스X의 2500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초당 350메가바이트(350Mbps)의 다운로드 속도로 끊김없는 인터넷을 제공한다. 서비스 요금은 선박 1척을 기준으로 한달에 5000달러(약 660만원)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상선 입장에서는 고려해볼만한 가격이다.

저궤도 위성 인터넷은 세계 각국의 우주기업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영국 우주기업 원웹도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추진중이고, 미국의 아마존도 저궤도 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인 '프로젝트 카이퍼'를 위해 수개월내 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는 한화시스템(272210)이 원웹에 지난해 3억달러를 투자했다.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자 가장 반기는 곳 중 하나가 자율운항 업계다. 대형상선으로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한 HD현대(267250) 자회사 아비커스의 임도형 대표는 "대양횡단에서 핵심은 통신으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선해양 분야에서는 끊김없는 초고속 통신 서비스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자율운항 및 항해보조 기술의 경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선박마다 대용량의 쌍방향 통신이 필요하다. 운항 중인 선박의 엔진 등 주요 장비 및 선체 상태 등을 육상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지원하는 스마트 솔루션도 월활한 초고속 통신이 필수다. 바다 위에서는 육상 기지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반적인 상용 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어서 그동안 느리고 비싼 위성 기반 서비스에 의존해야 했다.

이 때문에 아비커스는 자율운항으로 프리즘커리지호가 태평양을 횡단할 때 통신 대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프리즘커리지호는 3만6000㎞ 상공의 정지위성을 활용한 통신인 인마샛(Inmarsat)의 GX서비스와 780㎞ 상공의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통신 서비스인 이리디움 서투스(Iridium Certus)를 함께 사용하며 독립된 두 개의 통신 채널을 유지했다.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이 지난 24일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륙하고 있다. 해당 로켓은 53기의 스타링크 위성을 궤도로 나르는 역할을 한다. /연합뉴스

위성인터넷업계 관계자는 "프리즘커리지호는 그 전부터 이미 GX 안테나를 통해 기본적인 통신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같은 안테나로 하이나스 운영까지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기존 통신과의 간섭·충돌이라는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독립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지궤도 위성을 활용한 인마샛 서비스는 극지방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이리디움을 이용한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프리즘커리지호의 태평양 횡단을 도운 하이나스 운영에 쓰인 이리디움 써투스(Iridium Certus) 네트워크는 66개의 저궤도 위성을 기반으로 전세계 해상에서 초당 704킬로바이트(704K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한다. 월 2790달러 요금제의 경우 10기가바이트(GB) 데이터가 기본으로 제공되지만, 10GB를 초과하는 추가 데이터 이용의 경우 1메가바이트(MB)당 0.68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해당 선박이 월간 20GB를 사용한다면 1만달러 가량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서비스 가능 지역 내에서만 비교할 경우 이리디움이 스타링크보다 느리면서도 가격은 비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