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이 약 두 달 만에 리터(ℓ)당 2000원 아래로 떨어졌으나 국내 기름값의 향방을 결정짓는 국제유가는 여전히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배럴(약 159리터)당 65달러선으로 폭락할 것이란 전망부터 380달러로 폭등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21일 ℓ당 1989.93원을 기록했다.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2000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5월 25일(1998.59원) 이후 57일 만이다. 휘발유 가격은 6월 30일 ℓ당 2144.9원으로 올 들어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 가격은 21일 기준 ℓ당 2055.28원으로 아직 휘발유에 비하면 비싼 수준이지만, 역시 6월 30일(2167.66원) 이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이 ℓ당 2000원 아래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비싼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2041.53원) ▲강원(2017.9원) ▲충북(2022.31원) ▲충남(2006.4원) ▲전남(2012.33원) ▲세종(2005.62원) 등은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이 넘는다. 경유는 전국 모든 지역의 평균 가격이 ℓ당 2000원선을 기록 중인데, 서울은 ℓ당 2101.63원으로 전국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국내에서 판매되는 기름값이 하향 안정화되려면 국제유가가 하락해야 하는데,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1일 배럴당 111.63달러로 출발했던 브렌트유는 12일 99.49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3일 만에 다시 100달러를 넘겼고, 지난 21일엔 103.8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가량 시차가 발생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져 조만간 국내 기름값도 내릴텐데, 이번주엔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어 국내 기름값은 하락세를 보이다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흐름에 대한 전망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이달 초 씨티그룹은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65달러로 떨어지고, 내년 말에는 4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개입 부재, 석유 투자 감소 등의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치면 석유제품 수요가 마비될 것이란 가정에 따른 것이다. 씨티그룹은 “과거 경기 침체 시기마다 원유 수요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유가는 거의 모든 경기 침체 시기에 한계비용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JP모간체이스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나설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380달러로 급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가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이익을 얻지 못하게 막고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러시아산에 대해 일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하지 않기로 원유 소비국들이 약속하는 것이다.

JP모간체이스는 “러시아는 경제에 지나친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하루 최대 50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할 수 있다”며 “브렌트유는 300만배럴 감산시 190달러, 500만배럴 감산시 38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전망이 상하방으로 열려있다는 것은 그만큼 변수가 많고, 각각의 변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극과 극의 전망을 제외하면 1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달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브렌트유가 3분기 104.27달러, 4분기 96.9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반등 추세에 접어들지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일지 아직까진 확인하기 어렵다”며 “국내 기름값이 안정되는 데도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