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가 대기업 입사를 염원할 때,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90년대생이 늘고 있다. 이들의 나이는 현재 23세에서 32세. 20·30대 초반에 이미 CEO가 된 것이다. 지금, 90년대생은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주역이 되고 있다. 90년대생 창업자와 이들을 바라보는 투자업계는 90년대생에게 창업은 이미 익숙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외에서 모바일 1세대로 성공한 창업자들을 보며 자란 이들은 스마트폰 발전과 맞물리는 아이템을 찾아 창업하면 어린 나이에 큰 부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또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낀 세대’인 이들은 트렌드를 재빨리 포착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부모 세대보다 해외 진출에 거부감이 없으며 영어가 익숙한 점도 이들의 강점이다. 이에 ‘이코노미조선’은 90년대생 창업자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창업 신(新)주류 90년대생’을 기획했다. [편집자주]

“난 90년대생 젊은 창업자이기에 젊은 크리에이터(creator·창작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시장을 흔들고, 기업 가치 1조원을 달성해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김민준 어웨이크코퍼레이션 대표 동탄국제고 중퇴, 전 뷰티패스 대표, 전 대웅제약 팀장,‘포브스 아시아의 30세 이하 리더 2017’ 선정,토스 스타트업 서바이벌 ‘파운드’ 우승 사진 어웨이크코퍼레이션

크리에이터를 위한 광고주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리(creator.ly)’를 만든 김민준 어웨이크코퍼레이션 창업자 겸 대표는 1999년생이다. 그러나 이력은 선배 창업자들 못지않다. 고교 중퇴, 최연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미성년자 때 이미 스타트업 창업 및 매각, ‘포브스 아시아의 30세 이하 리더 2017′ 선정, 최근에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서바이벌 ‘파운드(FOUND)’ 우승까지. 그리고 토스와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등의 기관 투자도 유치했다.

6월 30일 ‘이코노미조선’이 만난 김 대표는 주관이 뚜렷하고 사업 열정을 뿜어냈다. 그는 자신의 이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너소사이어티는 최연소 기업인으로 가입했지만,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가입한 것 같아 탈퇴했다. 기부가 이력이 되는 느낌이 싫었다. 창업자는 이력보다는 결국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만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먼저 고등학교 중퇴 이력부터 묻고 싶다.

“학업으로 1등 할 자신이 없었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빨리 승부를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내게 먼저 대학을 물어본 관계자는 없었고 오히려 중퇴 이력을 인상 깊게 본 투자자는 있었다. 창업자 이력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건 시드 단계뿐이다. 이후에는 회사의 성과와 제품, 비전으로 투자받아야 한다. 그 외 부수적인 이력은 의미가 없다. 정말 투자를 잘하는 기관은 학력을 보지 않더라. 이승건 토스 대표와 솔메 킴(Solme kim) 전 틱톡 미국 제품 총괄을 비롯해 여러 투자자가 엔젤투자자로 참여해, 우리 팀의 가능성에 베팅해줬다.”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어릴 때부터 늘 토이 프로젝트(규모와 수익성 상관없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해왔고, 소꿉놀이와 동아리 그리고 개인 사업자가 섞인 형태로 창업을 즐겼다. 정말 어렸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 전에 마케팅 크롤링 프로그램, 카카오톡 테마 디자인 사업, 홈페이지 외주, 조립식 컴퓨터 제작, 3D 프린터 조립 판매, 의약품 OCR(문자 인식) 애플리케이션(앱) 등에 이미 도전했고, 망했다.”

미성년자 때 이미 ‘뷰티패스’라는 스타트업을 세우고 매각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투성이였다. 뷰티패스는 서울권 피부과 정기구독 앱이었는데, 당시 내가 가진 돈과 팀, 서비스 수준이 부족했다. 초보 창업자에게 의료법 규제와 맞서 싸우는 것도 벅찼다. 내가 의사 결정해 생긴 빚과 투자금을 어떻게든 회수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과 부담감이 있었다. 결국 1년간 뷰티패스로 인한 빚과 투자금을 갚기 위해 밤낮으로 부업을 뛰며 허덕였다. 그렇게 버티던 중 뷰티패스가 대웅제약에 인수됐다. 투자자를 위해 망해가는 회사를 저렴하게라도 팔아야 했다. 그때 ‘폐업만 하지 않으면 기회는 늘 오는구나’라고 깨달았다. 또 창업을 한 이후에는 또래가 휴학하듯 시간을 멈출 수 없었다. 회사를 매각한 이후에는 인수된 회사에 곧바로 투입돼야 했기에, 책임감으로 쉴 수 없었다.”

이후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을 세웠다. 회사를 소개해달라.

”2020년에 설립한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은 크리에이터 유틸리티 서비스 크리에이터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2만여 명의 크리에이터가 매일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월평균 29%씩 성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리는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7개국에 출시해 크리에이터 인사이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콘텐츠를 분석해주는 기존의 ‘미어캣IO’를 발전시켜 만들었다. 크리에이터리는 크리에이터가 MCN 대신 광고주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각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페이지에 직접 광고 요청 질문을 만들어 놓고, 광고주는 질문 항목에 맞춰 광고 내용을 제안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SNS) 광고 제안을 받기 위해 크리에이터는 프로필에 크리에이터리 페이지 링크를 간단히 달아두면 된다. 또한 광고주 입장에서도 광고를 최초 제안할 때부터 예약금을 결제하고 제안을 보낼 수 있어, 크리에이터에게 더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요청할 수 있다. 협의 이후에는 에스크로 안전결제를 지원해, 먼저 돈을 받은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대충 만드는 경우를 막아준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가 1인 기업이 돼 효율적으로 광고주를 관리하고 계약서를 작성·보관하고, 세금 신고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어떻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크리에이터였던 당시 여자 친구를 옆에서 보며 크리에이터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때 난 뷰티패스 피인수 이후 의무근무 조항에 따라 대웅제약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을 위해 억대의 위약금을 지불하고 나왔다. 사업을 이어 가면서 최근에는 우리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을 선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현 MCN 매니지먼트 회사가 크리에이터에게 떼가는 수수료가 40% 정도인데, 이 간극을 기술적으로 해결한다면 크리에이터가 갖고 가는 수익을 충분히 높이면서 크리에이터 광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

90년대생이면 아직도 사회적으로 ‘어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어리다고 보기에는 이제는 잘하는 90년대생 창업자가 이미 많다. 벌써 2000년생, 2010년생 중 더 잘하는 후배 창업자도 많이 보인다. 경험 측면에서는 나이가 많은 게 좋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경험을 쌓지 못할 바에야 리스크가 적은 어린 나이가 더 창업에 적합하다. 같은 맥락으로 국내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장 젊은 팀이기 때문이다. 젊어서 체력이 좋고, 밤새워서 일하더라도 그리 피곤하지 않다. 투자를 유치할 때 요즘은 제품의 리텐션(유지), 이탈률, 제품 현지화(PMF), 매출 등 결국 숫자로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기에 나이가 이점이 됐다. 우리 팀은 엄청난 체력으로, 빠르게 숫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2만여 명의 크리에이터를 7개국에서 고객으로 두고 있는데, 매주 5명씩 국가별 사용자와 줌(Zoom)으로 미팅하고 있다. 구독자 수, 카테고리, SNS 매체별 각각 다른 크리에이터를 선정해 제품을 피드백받고 개선하고 있다. 40대 아저씨가 만든 서비스보다는 크리에이터와 동년배인 창업자의 팀이 필요한 서비스를 더 잘 만들 것이라고 자부한다.”

크리에이터리 사용 예시 화면. 사진 어웨이크코퍼레이션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1000만원이 전 회사와 현 회사의 창업 자금이었다. 누구나 어떻게든 1000만원은 모을 수 있지 않나. 이미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많은 창업 선배님이 후배 창업자를 돕고 있고 정부 모태펀드가 초기 투자 자금을 주고 있다.”

기업 운영에서 90년대생만이 가진 강점이 있는가.

“자존심 부릴 나이가 아니라는 것. 조언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나이가 어린 창업자이니 선배들이 먼저 조언해준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선배의 조언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또 태어났을 때부터 인터넷과 친했다. 소프트웨어 제작에 드는 비용은 단 0원. 클라우드 서버 사용료도 후불 결제라, 사용자가 있어야 돈이 나간다. 제품을 구현할 개발 기술만 조금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기업 운영 ‘팁’이 있다면.

”사업을 하려는 90년대생은 아마 본인이 똑똑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깨져봐야 현실을 안다. 나도 그랬다.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되 일단 빨리 시작하자. 빨리 망해야 빨리 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 졸업하면, 경력이 조금 생기면’이라면서 시작을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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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스타트업 생태계 흔드는 90년대생

①90년대생 부하 직원?…이제는 ‘창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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