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건설업, 자재 분야에서 근무하던 김성권(68) 회장이 1989년 설립한 풍력 발전 타워 제조업체 씨에스윈드(112610)(CS윈드, 당시 사명 중산정공)가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친환경 기조 확산에 들뜬 분위기다. CS윈드는 풍력 타워 시장의 17%를 점유한 전 세계 1위 업체다.

풍력 발전기는 바람개비 역할을 하는 블레이드(날개),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기, 이들을 지탱하는 풍력타워(하단 그래픽 침조)로 구성된다. CS윈드는 고객사 주문에 따라 80~160미터 길이의 풍력타워를 주력으로 만들고 있다. CS윈드는 2023년까지 시장 규모가 4배 정도 커질 전망인 타워 하단의 하부구조물 시장까지 진출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현재 전문경영인인 김승범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아들 김창헌(42) CS에너지 상무, 딸 김승연(40) CS윈드 HR(인사)조직장(상무)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만큼 2세 경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은 회사 지분을 각각 4.74%, 4.8% 보유해 김 회장(29.05%)의 뒤를 잇는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래픽=손민균

◇ 공격적 M&A로 풍력 최대 시장 美·유럽서 존재감

CS윈드는 풍력시장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설립됐지만, 일찌감치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풍력 대장주’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 매출 1조2034억원을 기록해 ‘1조 클럽’에 입성하기도 했다. 2018년(5022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 증가했다.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져 1조6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 성장세의 가장 큰 이유는 공격적 인수·합병(M&A)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자가 꼽힌다. CS윈드는 지난해 1700억원을 들여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세계 1위 풍력발전 업체 베스타스(Vestas) 풍력타워 생산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포르투갈 육·해상타워 생산법인 지분 100%를 인수하기도 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 유럽 시장 수요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 터키 등에 있는 생산법인도 제2공장을 설립하고, 공정 자동화에 나서는 등 투자를 지속 중이다.

글로벌 풍력시장은 지난해 사상 두번째로 높은 풍력 설치량을 기록한 데 이어 2026년까지 연평균 6.6%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매년 전체 풍력타워 설치량 가운데 10% 안팎에 그치고 있는 해상풍력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S윈드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콜로라도의 타워 생산 공장 전경. /CS윈드

CS윈드 관계자는 “풍력타워 내부는 수만 가지의 내장재가 견고하게 설치되어야 하고, 최근 타워가 대형화·중량화되면서 제작 난도가 올라가고 있다”면서 “20년 이상의 수명이 요구되는 타워는 신뢰가 중요해 기존에 잘했던 업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CS윈드는 단기적으로는 해상타워 생산여력 확대, 하부구조물 사업 본격화를 통해 성장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베스타스와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이르면 이달 말 관련 생산법인을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는 숙제

탄탄한 업황 전망이나 실적 성장세와 달리 지배구조에서는 보완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회장을 포함해 자녀, 배우자(3.57%), 친인척, 형제자매, 임원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전체 43.46%로(올해 3월 말 기준) 과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많다.

여기에 김 회장은 이사회 의장도 겸직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직무집행을 감독·견제하며 다양한 주주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이사회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CS윈드가 제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는 김 회장과 김승범 공동 대표, 특수관계인으로 최대주주에 함께 분류돼 있는 이상호(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 씨, 크누드 비얀 한센 부사장 등 4명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4명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는 한국전력(015760), 한국남동발전을 거친 김학빈 고성그린파워 대표, 김용섭 코오롱인더스트리 고문, 엄은수 한국공인회계사회 이사(정동회계법인 본부장),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맡고 있다.

회사 측은 보고서에서 “사외이사 비율 50%로 상법상 상장회사 이사회 구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한 지배구조 체계 구축을 위해 향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사회 의장은 회의를 할지 말지, 어떤 안건을 올릴지, 표결을 할지 미룰지 등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라며 “오너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가족중심 경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이사회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