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와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살아나던 유통업 체감 경기가 3분기에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가 급속도로 오르는 가운데 금리까지 인상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84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전분기 대비 15포인트(p) 떨어진 것으로, 2010년 이후 코로나19 충격으로 22p 급락했던 2020년 2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가파른 물가․금리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여력이 축소된데다, 하반기에도 현 상황이 이어지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손민균

업태별로는 편의점만 96에서 103으로 올라 기준치를 상회했다.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외출, 야외활동 확대 등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하며 성수기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외식물가가 높아지면서 가성비 좋은 도시락이나 간편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초저가 PB(자체 브랜드) 상품이나 소포장 신선식품 확대 노력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고 했다.

백화점은 111에서 97로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체감경기 하락에도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자층은 물가상승에 덜 민감해 물가상승 국면에서도 럭셔리 소비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고,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과 야외활동 증가로 패션 카테고리 매출의 호조세가 지수의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형마트는 97에서 86으로 하락하며 물가상승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높은 생필품 가격에 부담이 커진 중산층과 서민층들이 장보기를 최소화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는 상품 소비는 포기하거나 미루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마켓은 99에서 51로 대폭 하락하며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대면소비로의 전환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수 하락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은 96에서 88로 떨어졌다. 류, 가전 등 당장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 비중이 큰 온라인쇼핑은 물가상승과 금리상승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온라인쇼핑은 비대면 소비트렌드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엔데믹으로 일상회복이 현실화되면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통업계는 최근 경영 애로요인으로 ‘물가상승’(34.2%), ‘소비위축’(27.0%), ‘인건비, 금융, 물류비 등 비용상승’(18.8%) 등을 차례로 들었다.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 계획으로는 가격 할인 등 ‘프로모션 강화’(2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온라인 강화’(22.8%), ‘비용 절감’(20.2%), ‘점포 리뉴얼’(9.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금리와 물가가 뛰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기 변동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가격․상품 경쟁력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