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최대 한도인 37%로 확대했으나,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류세 인하 방식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평가하며 소비자에게 유류세 인하폭 만큼 환급해주거나 저소득층 유류비 지원과 같은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정유사·주유소 시장점검단'을 꾸리고 유류세 인하 후 주유소의 담합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유류세를 37%까지 낮췄는데도 소비자 체감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 자동차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 정책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유류세 인하를 통해 석유 제품 가격을 낮추면 소비가 늘고, 정유사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춰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폭이 20%에서 30%로 확대된 5월에 국내 휘발유·경유 합계 소비량은 전달보다 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헌 에너지산업연구본부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국제 유가가 빨리 오른 영향도 있지만, 유류세 인하 정책이 오히려 석유 제품의 수요를 키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상수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유류세를 일률적으로 낮추면 되니 제일 쉬운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해 재정 지출만 낭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각에선 소비자에게 유류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유류세를 직접 환급해주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근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은 "유류세 인하 폭 대비 실제 가격 인하분의 차액을 직접 소비자에게 환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정유사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깎아주고, 정유사가 기름값을 낮추도록 유도한다. 정유사가 유류세 인하분 만큼 기름값을 내리지 않아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도 주유소 최종 결제 단계에서 가격을 할인해준 전례가 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유사들은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100일간 리터(L)당 100원씩 기름값을 할인해줬다. 당시 SK에너지는 소비자들이 보유한 신용카드 종류에 상관 없이 L당 100원을 할인해줬고, 신용카드가 없는 고객은 OK캐시백 포인트로 돌려줘 나중에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다음 주유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유류 바우처나 유류세 환급 등 직접적인 할인 방식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혜택이 이뤄져야 하다고 조언했다. 고소득층은 기름값이 올라도 소비를 많이 줄이지 않지만, 저소득층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12년에 유류세 인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 계층보다 고소득층인 5분위에 효과가 6배 이상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바우처를 제공해도 현행 유류세 인하 정책처럼 모든 소비자가 혜택을 보면 결국 수요를 키워 유류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면 정말 혜택이 필요한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정유사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도 일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수 교수는 "저소득층 지원뿐 아니라 운송업계에 유가 보조금을 확대한다면 운송 요금을 낮춰 국가 전체의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