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관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물 집사(집에서 식물을 열심히 키우는 사람) 시대가 열렸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중 식물 집사가 증가한 배경으로는 정서적 안정에 대한 이유가 컸다.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우울증이나 무기력함)를 겪으며 녹색 식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물론, 팬데믹 기간 중 통화 유동성 확대로 발생한 자산 거품 현상으로, 식(植)테크(식물+재테크)가 유행한 점도 식물 집사 증가를 가속화한 원인이 됐다. 식물 집사가 늘면서, 반려식물을 ‘새로운 반려동물’로 정의하고, 홈가드닝(집에서 식물 가꾸기) 시장을 정조준한 신사업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식물 재배법을 알려주는 앱이나 식물 친화형 호텔을 예로 들 수 있다. 식물집사를 겨냥한 가정용 식물재배기 판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식물가전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시작 이후 성장 드라이브를 건 홈가드닝 시장과 이에 편승한 기업들을 짚어본 이유다. [편집자주]

알렉스 로스 그레가리우스 창업자 겸 CEO 전 틴더 엔지니어링 디렉터, 전 엔플러그 CEO,전 캐논 트레이딩 근무. /알렉스 로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식물 집사(집에서 식물을 열심히 키우는 사람)가 늘고 확산된 계기가 됐다.”

반려식물 관리 및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인 ‘그레그(Greg)’를 개발한 그레가리우스(Gregarious) 창업자인 알렉스 로스(Alex Ros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20년 3월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식물 관리 플랫폼 업체인 그레가리우스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식물 관리 앱을 만들었다. 창업 당시 로스 CEO는 그레그 앱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식물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사람과 식물의 공존을 위해 여러 조건에서 식물 재배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가 ‘식물과의 상생’이라는 의미를 지닌 ‘그레가리우스’를 사명으로 쓴 이유다.

2021년 1월 ‘그레그’ 앱이 출시된 이후 1년 4개월 만에 2만2000종의 식물이 등록됐고, 현재 100만 개가 넘는 식물이 그레그 앱을 통해 관리를 받고 있다. 식물 집사가 자신의 반려식물을 그레그 앱에 등록하면 적절한 채광량, 창문의 방향, 온도, 습도, 화분 크기 등 관리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그레그의 특징은 AI 기술을 사용, 식물을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이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통해 서비스 질은 갈수록 더 높아진다. 그레그 앱의 또 다른 주요 기능으로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꼽힌다. 그레그는 전 세계 반려식물 애호가들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레그 앱은 다른 사용자를 팔로우하고 그들의 식물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로스 CEO는 “식물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성장했다”며 “식물 관리를 돕고 식물 애호가들을 온라인 커뮤니티로 연결시킨 그레그의 성장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레그 앱 이용자가 자신이 키우는 식물을 앱에 등록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자신이 키우는 식물을 관리하고 있는 모습. /알렉스 로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려식물 재배가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처음으로 식물을 재배한 사람들도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식물이 사람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고, 실내 집 안 분위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도 크게 늘었다. 이젠 사람들이 집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물 관리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도 가능해졌다. 팬데믹이 끝난다고 해도 더욱 많은 사람이 집과 직장에서 식물을 키우고 우리 앱(그레그)을 이용할 것이다.”

AI 기반 식물 관리 앱은 세계 최초인가.

“그렇다. 그레그 앱은 세계 최초 AI 기반 식물 관리 앱이다. 이용자가 그레그 앱에 접속해 자신이 키우는 식물을 스캔하면 해당 식물 종에 대한 관리 방법을 안내해준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로 하여금 식물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물 주기 횟수와 양, 햇빛 쬐기 주기와 시간 등 세세한 관리 내용이 기록되고, 식물의 발육 상태 또한 체크된다. 자체적인 식물 빅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AI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업데이트되고, 우리가 식물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식물 관리 서비스의 질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다. 이러한 AI 기술은 재배 환경에 따라 식물에 필요한 최적의 관리법이 무엇인지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앱을 만들려면 실력 있는 개발자 확보가 필요했을 것 같다.

”스타트업이 실력 있는 개발자를 고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 회사 초기 멤버 중 많은 사람이 메타(Meta⋅옛 페이스북), 우버(Uber), 아마존(Amazon) 등에서 일한 개발자 출신이다. 나 역시 온라인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에서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들이 합류했기 때문에 그레그 앱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것은 정말 행운이라 생각한다.”

왜 반려식물 시장을 공략했나. “우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예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다. 미국 내 많은 가정집에는 정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식물을 정원에서 키우고 있다.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애완동물 대신 식물을 키우는데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식물이 새로운 애완동물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21년 원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000억달러(약 131조5000억원)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고, 건축 자재 소매 체인인 홈디포(Home Depot) 같은 대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집에서 식물을 이용한 플랜테리어(planterior·plant+interior)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는 그레그 앱을 발전시켜 이를 반려식물 재배에서 농업 기술로 확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농부들이 성공적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고, 식량 부족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고 싶다. 농업은 수조달러 규모의 산업이기 때문에 더욱 큰 시장이기도 하다.”

농작물 관리 쪽으로도 사업 계획이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특히 식량 부족으로 영향을 받는 국가나 지역에서 식량 생산을 늘리는 데 우리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집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관리법은 농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관리법과 매우 유사하다. 이미 사람들은 우리 회사의 기술을 사용해 집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작은 작물이라고 볼 수 있다. 농작물도 반려식물과 같은 방식으로 빅데이터화하고 AI 알고리즘으로 관리법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농작물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본다. 우리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식물과 농작물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변화 때문에 자연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투자 회사들이 관심을 가졌을 것 같다.

“그레그 앱 출시 4개월 만인 2021년 5월에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 등으로부터 540만달러(약 7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팬데믹 시작 직후 반려식물 시장 성장성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식물 판매 업체와의 협력은.

”우리는 다수의 식물 판매 업체와 사업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제휴 업체가 식물을 판매할 때 프리미엄 서비스로 일정 기간 그레그 앱의 무료 이용을 제공해준다. 이는 고객이 식물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우리 회사 서비스를 알리는 데도 이점이 있다.”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진출 계획은.

“그레그 앱은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지원하며, 한국과 중국에도 일부 사용자가 있다. 물론, 향후엔 그레그 앱을 번역하고 아시아 국가 언어로 커뮤니티 기능을 만들어서 많은 아시아인이 그레그 앱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