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건조장 불법 점거와 이에 따른 선박 진수(進水) 작업 중단이 길어지면서,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가 하청지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합원 중 상당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기 위한 총회 소집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속한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18일부터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1독(dock·선박건조장)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점거하고 ‘임금 30% 인상’과 전임자 등 노조활동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독에서 건조 중인 VLCC 3척도 진수를 못 해 발이 묶였다. 공정률이 60~70%에 이른 한 척은 올해 11월로 예정된 인도 날짜를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일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독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직원들이 속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1일 낸 성명서에서 “하청지회 투쟁 장기화로 발생하는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우조선 전 구성원의 공멸을 막기 위해 하청지회 독 투쟁 철수 결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지회는 대우조선해양 직원 8600명 중 4700명이 가입한 조직이다.

하청지회와 같이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대우조선지회 내에서는 민주노총 탈퇴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일부 대의원들은 금속노조 지회인 노조의 조직형태를 산별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기 위한 지회 총회 소집요구안을 지회 집행부에 제출했다. 조직형태 변경을 위해서는 조합원 과반수가 참석한 총회에서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전체 조합원의 약 40%에 달하는 1970여명이 총회 소집요구안에 서명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 주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과 경찰 등에 따르면, 임직원과 가족, 거제시민들은 14일 저녁 독 투쟁 철수를 요구하기 위해 약 3000명이 참석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정문부터 남문과 서문, 열정교를 이어 옥포매립지 오션플라자 구간 외곽 도로까지 약 3.5㎞에 달하는 구간을 인간 띠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사는 하청지회의 선박 점거 농성은 불법 행위라며 공권력 개입을 요구해 왔다. 관련 정부 부처들도 하청지회의 점거 농성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중단을 요구한 상태다. 회사측은 파업으로 지난달 2800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진수 지연으로 하루 260억원씩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들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원청에서 기성금을 올려줘야 한다’라고 대응해온 만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