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물 집사(집에서 식물을 열심히 키우는 사람) 시대가 열렸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중 식물 집사가 증가한 배경으로는 정서적 안정에 대한 이유가 컸다.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우울증이나 무기력함)를 겪으며 녹색 식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물론, 팬데믹 기간 중 통화 유동성 확대로 발생한 자산 거품 현상으로, 식(植)테크(식물+재테크)가 유행한 점도 식물 집사 증가를 가속화한 원인이 됐다. 식물 집사가 늘면서, 반려식물을 '새로운 반려동물'로 정의하고, 홈가드닝(집에서 식물 가꾸기) 시장을 정조준한 신사업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식물 재배법을 알려주는 앱이나 식물 친화형 호텔을 예로 들 수 있다. 식물집사를 겨냥한 가정용 식물재배기 판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식물가전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시작 이후 성장 드라이브를 건 홈가드닝 시장과 이에 편승한 기업들을 짚어본 이유다. [편집자주]
식물을 키우는 족족 죽여버리는 '연쇄 살식(植)마'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기계가 있다. LG전자 1호 사내 독립기업(CIC)인 스프라우트 컴퍼니가 만든 식물가전(식물재배기) '틔운'과 '틔운 미니'다. LED 조명과 자동 온도 조절, 순환급수 시스템으로 온도와 습도, 물 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덕에 소문난 '똥손'들도 쉽게 재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집 안에 나만의 텃밭을 가지고 싶은 바람을 어렵지 않게 이뤄낼 수 있다.
LG전자의 '신박'한 도전은 한동안 유튜브와 블로그를 뜨겁게 달궜다. 많은 인플루언서가 '내돈내산' 체험기를 자랑하고, LG전자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고객 중 80%가 틔운, 틔운 미니를 보러 올 정도로 '핫한 가전'으로 떠올랐다. 틔운이 국내 반려식물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코노미조선'이 6월 22일 서울 강남구 패스트캠퍼스에서 스프라우트 컴퍼니의 신상윤 대표를 만났다.
언제부터 틔운 제품을 개발했나. 가장 신경 썼던 점은 무엇인가.
"LG전자는 2018년 식물재배기 구상 및 개발을 시작해 2020년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워낙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경영진에서 사내 독립기업에서 맡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2020년 스프라우트 컴퍼니가 출범하면서 출시 일정을 미루고 기획부터 다시 시작했다. 처음 틔운을 기획할 때 고민이 많았다. 그간 LG전자가 만들던 가전제품과 구매 목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식물재배기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처럼 살면서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부분을 강조해서는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감성과 심리적 만족도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제품 색상은 검은색 대신 초록색과 베이지색으로 바꿨고, 씨앗도 식용 식물부터 꽃, 허브류까지 다양화했다."
반려식물 시장이 얼마나 커질 것이라 봤나.
"당시 반려식물 시장을 전망한 자료가 많지 않았다. 몇몇 보고서에서 2025년부터 시장이 크게 성장한다고 예상했는데,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우리가 식물재배기를 선보여 반려식물 시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식물에 무관심했던 고객이 관심 갖도록 만들자, 식물에 관심을 가진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게 하자, 그리고 구매고객을 팬덤화하자. 이렇듯 고객이랑 밀접하게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반려식물 시장을 키우려고 했다."
타깃 고객층은.
"보통 상품을 기획할 때 나이나 성별, 소득수준을 고려해 상품 기획을 한다. 하지만 틔운 출시를 준비할 때는 성향과 취향을 고려했다. 이미 '식물 키우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자'들을 타깃 고객으로 삼았다. 판매를 시작해보니 '똥손'인 식물 집사(집에서 식물을 열심히 키우는 사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 아이들 교육용으로 구매한 사람 등 다양한 고객이 구매했다. 일반 대형 가전의 경우, 구매력이 큰 40·50세대 구매자가 많은데, 식물재배기는 20·30세대도 많이 사는 편이다. 남녀 비중도 거의 비슷하다."
식물 집사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나.
"지난해 10월부터 LG 틔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 수가 2700명인데, 이전에 만들었던 여느 가전 커뮤니티보다 반응이 뜨겁다. 일방적으로 소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고객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벤트도 여는 편이다. 최근에는 출시 전 작물인 딜(Dill·허브)을 같이 키워보는 '가틔(같이 틔우기) 이벤트' 고객을 선착순으로 모집했는데 6분 만에 마감됐다."
식집사들이 말하는 틔운의 장점은.
"'똥손'도 식물을 키울 수 있고 힐링할 수 있다는 거다. 식물 재배 과정 대부분을 자동화해 벌레가 생기지 않고 빛, 온도, 습도 등 신경 쓸 일도 많지 않다. 집 밖에서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온도·습도를 제어할 수 있어 식물을 두고 오래 집을 비워도 걱정이 없다."
기억 남는 고객의 글도 있나.
"씨앗 키트에 있는 씨앗 몇 개를 뺀 뒤 다른 종류 씨앗을 넣어서 키우고 후기를 남기는 이도 있고, 수경재배한 식물을 흙에 심는 이도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 급작스러운 환경변화로 식물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긴 하다. 작은 인형으로 틔운 미니와 식물을 꾸민 분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이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한시적으로 장난감 특별패키지를 판매하기도 했다."
사용자 의견을 듣고 개선한 부분도 있다면.
"글을 읽어보니 고객들이 우리의 예상(4~8주)보다 더 오랜 기간 하나의 식물을 키웠다. 그래서 '패키지로 산 영양제가 모자라다'는 반응이 많았다. 곧바로 영양제만 따로 판매를 시작했다. 고객들이 매일 식물 사진을 남긴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앱에 식물일지를 만들었다. 식물을 다 키우고 완료를 누르면 처음 씨앗을 심고 다 클 때까지의 사진을 모은 영상이 만들어진다."
다른 식물재배기가 속속 출시되고 있는데, 차별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도 많다.
"다른 기업의 제품은 대부분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팜이나 공장식 제품이 많다. 우리는 가심비에 초점을 맞춰서 고객층이 다른 편이다. 가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데, 냉장고 정온 기술, 에어컨 기류제어 기술, 정수기 정수 기술, LED 조명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라서 기술력이나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비싸다고만 하긴 어렵다."
판매 씨앗 종류를 늘려달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실패율 낮은 식물 씨앗 키트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용자들도 식물을 키우면서 함께 성장하고, 추후에는 키우기 어려운 작물에도 도전할 수 있게 계획했다. 현재 틔운 씨앗 키트는 22종, 틔운 미니는 6종이며, 식물 종류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속도를 내기 위해 연암대와 씨앗 키트 개발 협력도 체결했다. 우리의 콘텐츠는 '키울 수 있는 식물의 종류'라고 생각하고, 씨앗 종류를 늘릴 거다."
앞으로의 목표는.
"흔히들 테이프를 '스카치테이프'라고 부르고, 의류 관리기를 '스타일러'라고 부르지 않나. 식물재배기 하면 '틔운'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데, 전 세계인이 틔운을 알게 하는 게 내 바람이다."
plus point. LG틔운 체험기
어느 날 정원이 탁자 위로 왔다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LG전자는 2021년 10월 와인셀러를 연상하게 하는 크기와 모양의 식물가전(식물재배기) '틔운'을 내놨다. 좁은 집에 설치하기엔 크기도, 가격(149만원)도 다소 부담됐다. 올해 3월 '틔운 미니'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누구보다 빠르게 구매 버튼을 눌렀다. 가격은 기존 틔운의 10의 1을 조금 넘는 데다 풀멍에도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무게가 2.3㎏라서 집 안 인테리어와 상황에 맞게 옮기기도 편할 듯했다.
구매 하루 만에 제품이 집에 도착했다. 하얀 본체는 가로 480㎜, 세로 165㎜, 높이 261㎜의 크기로 테이블 위에 두기 적절했다. 흙 대신 물을 담아 키우는 방식이었다. 비타민 씨앗 키트를 본체에 설치하고 물 500㎖를 넣었다. 비타민과 루콜라를 동시에 키우고 싶었는데, 씨앗 키트 구성상 한 종류의 씨앗만 심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설치 후 일주일 뒤, 씨앗 키트와 함께 들어있는 영양제를 1포씩 물에 넣어줬다.
키트 설치 며칠 만에 싹이 올라왔다. LED 조명이 적당한 빛과 온도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줘서 '이게 말라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LG씽큐 앱을 설치하니, 원격으로 LED 조명 상태, 조명을 켜고 끄는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었다. 조명 시간을 조정하려고 하면 적당한 시간을 안내하거나,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3주 정도 키웠더니, 식물이 LED 조명 아래까지 자라났다. 제품 하단 기둥을 빼서 여유 공간을 만들어주자 점점 키를 키웠다. 6주 만에 먹을 만하게 자라나 아내와 함께 비타민을 조심스레 뽑아 샐러드로 즐겼다. 이후에도 가족들과 쌈추를 키워 먹거나, 마리골드 꽃을 키워 꽃멍을 즐기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틔운 미니 가격은 LG전자 홈페이지 기준 19만9000원이다.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많지만, 이를 통해 얻은 마음의 안정감을 고려하면 이 돈이 그리 아깝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한 건 기자뿐이 아닌 듯하다. LG전자 홈페이지에 틔운 미니 리뷰를 쓴 70명 중 68명이 모두 별 5개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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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Infographic]팬데믹이 가속화한 식물 집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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