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에쓰오일(S-Oil(010950))·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가 2분기에도 시장 전망을 넘어서는 '깜짝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가가 오르고 정제마진까지 강세를 보이면서다. 정부는 국민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류세를 사상 최대폭으로 인하했지만, 대부분의 주유소가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 유류세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정유사에도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추정치의 평균)는 1조2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매출액은 19조1191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경질유(휘발유·경유·등유) 시장의 28.7%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인 SK에너지를 갖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매출 65%를 차지했다. 에쓰오일은 2분기 매출액이 10조56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늘고, 영업이익도 1조1283억원으로 9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이은현

정유사의 2분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간 가운데 정제마진까지 초강세를 보인 덕분이다. 두바이유는 3월에 배럴당 평균 110.93달러에서 4월에 102.82달러로 소폭 낮아졌다가 5월 108.15달러, 6월 113.27달러로 높아졌다. 6월 월평균 가격은 2012년 3월(122.49달러) 이후 약 10년 만의 최고치다. 정유사들은 기름값이 비싸지면 싼 가격에 사둔 재고 물량의 가치가 높아져 이익이 발생한다.

재고평가이익이 장부상 이익이라면, 정제마진 상승은 실제 수익과 연결된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도입한 원유 가격과 이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 간 가격 차를 뜻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6.13달러로 집계됐다. 보통 배럴당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지난달 넷째 주 29.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여름 휴가철 등이 겹친 결과다.

증권가는 정유사들이 2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22조6000억원, 영업이익 2조1300억원의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며 "정유 영업이익은 1조8700억원으로, 마진 강세에 재고이익이 실적 개선 배경"이라고 말했다. 박한샘 SK증권(001510) 연구원 역시 에쓰오일에 대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6000억원, 1조4777억원을 예상하며 컨센서스 대비 상회한 수준을 전망한다"며 "정제마진 상승이 2분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기름값이 오른 것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판매가격이 높아도 원재료 가격이 높다면 이익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의 경우 정제마진이 높아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하락할 수 있고 이는 국제유가를 떨어트려 재고이익이 손실로 전환될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유업계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폭리 논란'과 '고통 분담'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탄력세율로 세금을 인하하는 경우, 정유사는 정부 요구시 세율 조정 전후 원가를 제출해야 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유사를 향해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유업계는 국내 기름값이 국제유가에 따라 연동되는 것임에도 원가 공개와 횡재세 부과 압박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수조원의 적자를 내다가 이제서야 겨우 흑자로 돌아섰고, 영업이익률로 보면 그 규모도 크지 않다"며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