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생태계를 조기에 회복하기 위한 속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원자력을 지속하겠다는 약속이 한국 에너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 다니엘 예르긴 S&P글로벌 부회장

“원전 복원과 동시에 재생에너지도 함께 확보해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2 미래에너지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포럼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주제로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와 기업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포럼에는 기업인, 정부 관계자, 학자, 학생 등 총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미래에너지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김영식 의원은 축사를 통해 “현재 한국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적합한 에너지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원전의 안전성은 이미 담보돼 있지만, 기술 진보로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더 나은 단계로 기술이 진보하고 있고 안전성에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사고 확률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준 2차관은 축사에서 “원전 생태계를 조기에 회복하기 위한 속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이전 정부의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대체하고자 한다”며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에서는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원이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했다.

기조연설은 세계적인 에너지 석학인 다니엘 예르긴 S&P글로벌 부회장이 맡았다. 예르긴은 10년 전 석유를 둘러싼 부와 권력의 탄생, 국제사회의 갈등과 충돌을 분석한 책 ‘황금의 샘(The Prize)’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국 외교협회 이사와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클린턴부터 트럼프까지 미국 4개 행정부에서 연달아 에너지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석학 다니엘 예르긴 S&P글로벌 부회장이 '에너지 안보와 패권경쟁'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그는 “우리는 지금의 에너지 위기 시작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생각하는데, 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상승했고 세계 석유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서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높았고, 지난 몇년간 에너지 자원에 대한 투자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다소 (신재생 에너지 전환) 목표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현재 전 세계 95조달러(12경4307조원)의 에너지 시장을 2050년까지 전부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는 그 절반을 전환하겠다고 한다. 야심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르긴 부회장은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원자력은 에너지 믹스의 중요한 요소다. 원자력을 지속하겠다는 약속이 한국 에너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첫 강연자로 나선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한국은 92.8%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에너지 안보가 시급하다”며 “한국은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만큼, 원전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정세가 불안해지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국내 발전 단가를 끌어올려 산업과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동시 실현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원전을 제시했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 분야에서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상협(왼쪽부터) 제주연구원장, 정희권 과기부 과학기술정책국장,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관,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조선비즈

포스코와 한화솔루션(009830)(한화큐셀), 두산퓨얼셀(336260)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자사의 탄소중립 기술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문상진 두산퓨얼셀 R&D 신사업본부장은 향후 급속충전차량 공급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지역 전력망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연료전지가 이 같은 부하를 완화할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규창 한화큐셀 산업정책팀장은 “지난해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규모는 150기가와트(GW)에 달하고 풍력 누적 설비용량을 이미 뛰어넘었다”며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50% 이상을 태양광이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장세환 포스코 탄소중립그룹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민간도 노력하겠지만 다른 주요국처럼 정부 차원의 보조금·정책 지원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며 “수소환원제철을 위해선 청정 수소 공급과 에너지 전환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을 좌장으로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탄소중립·원전 정책을 담당하는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관,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 정희권 과기부 과학기술정책국장이 참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를 겸하고 있는 김 원장은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상임기획위원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초를 설립했다. 김 원장은 한국의 탄소중립 비용으로 2600조원을 추산하면서 “최소 20~30년간은 이익보다 비용이 훨씬 많은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중장기적 이득을 위해 단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이 표를 얻을 수 있는 ‘인기 정책’은 아니지만, 새 정부가 2050년까지 6명의 대통령이 이끌어갈 기후 정책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질서 있는 전환’과 ‘책임 있는 실천’을 기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영길 국장은 “미세먼지는 석탄 발전을 줄여 감축할 수 있지만 탄소중립은 결국 원전을 이용해야 한다”며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의 보급도 지속할 예정이지만, 재생에너지는 현실 여건을 합리적 수준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 국장은 에너지가 국민 경제와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만큼 반드시 실현 가능성을 짚어가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와 관련해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 과정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면 유럽연합(EU)과 무관하게 엄격한 조건 하에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녹색분류체계는 특정한 경제 활동의 환경·기후 친화적인 사업의 인정 여부를 정하는 기준이다.

정희권 국장은 원전 확대를 위해 원전 건설 인허가를 담당하는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규제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속도감있는 원전 건설을 위해 원안위 인허가 절차를 보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국장은 “원안위에 주어진 과제가 소형모듈원전(SMR) 연구”라며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국정 과제로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 재정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