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재생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 현재 전 세계 95조달러(12경4307조원)의 에너지 시장을 2050년까지 전부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는 그 절반을 전환하겠다고 한다. 야심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다니엘 예르긴 S&P글로벌 부회장은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조선비즈 미래에너지포럼’ 기조연설에 나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2022 미래에너지포럼’이 이날 오전 9시 개막했다. 이번 포럼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주제로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이 참석해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분야를 점검하고, 그에 따른 솔루션을 제공한다.
2022년 에너지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에너지 안보’다. 지난 2월 시작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급등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전 세계 경제 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는 ‘탄조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가지 중대한 목표 앞에 서 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하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찾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럼 축사를 맡은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세계는 에너지 안보 비상 사태”라며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도 에너지를 안정적이고 합리적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한-우크라이나 의원 모임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하며 “최근 우크라이나 대사와 국회의원을 만났다. 우크라이나가 한국 원전 기술을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후 복구와 더불어 한국과 원전 관련 협업을 하길 원한다”며 “원전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유럽에 수출하고자 하는 게 우크라이나 계획”이라고 했다.
기조연설은 다니엘 예르긴 부회장이 맡았다. 그는 “우리는 지금의 에너지 위기 시작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생각하는데, 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상승했고 세계 석유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서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높았고, 지난 몇년간 에너지 자원에 대한 투자도 부족했다”고 했다.
예르긴 부회장은 에너지 자원 투자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전환 목표가 과도하게 설정되면서 기존 화석 에너지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다소 (신재생 에너지 전환) 목표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현재 전 세계 95조달러(12경4307조원)의 에너지 시장을 2050년까지 전부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는 그 절반을 전환하겠다고 한다. 야심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르긴 부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너지-국제 관계 전문가로 꼽힌다. 10년 전 석유를 둘러싼 부와 권력의 탄생, 국제사회의 갈등과 충돌을 분석한 책 ‘황금의 샘(The Prize)’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클린턴부터 트럼프까지 미국 4개 행정부에서 연달아 에너지 자문위원회를 맡기도 했다.
이어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탄소중립시대 원자력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한다. 박 원장은 서울대와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원자력 전문가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재직하며 소듐냉각고속로개발사업단장, 원자로개발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박 원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인 한화큐셀, 듀산퓨얼셀, 포스코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신기술을 소개했다.
마지막 패널 토론에서는 김상협 카이스트 교수(제주연구원장)를 좌장으로 정희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책국장,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전환정책관(국장),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이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진행한다. 김상협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탄소중립과 미래 에너지 전략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