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재운항을 추진하던 이스타항공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면허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제출한 회계 자료가 공시된 자료와 달라 국토부의 특별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국토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인데, 국토부의 감사가 길어질 경우 자칫 재운항에 필수인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대표이사 변경으로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국토부에 제출한 회계자료가 금감원의 공시 자료와 다른 점이 확인됐다. 이스타항공이 작년 12월 국토부에 제출한 자료에는 결손금이 1993억원으로 기록돼, 자본총계 2361억원, 자본금 700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5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이스타항공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결손금 규모가 4851억원에 달한다. 이를 반영한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40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상태란 잉여금이 바닥나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철저한 조사와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이스타항공의 재무건전성을 문제 삼은 이유는 변경먼허를 신청하는 데에도 일정한 수준의 재무능력을 항공사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사업법 제8조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기 위해선 일정 기간 동안의 운영비 등 해당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재무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는 변경면허를 신청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항공사업법 제28조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경우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스타항공은 허위 자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에 제출한 자료는 회사가 셧다운(운항 중단)되기 전인 2020년 5월 기준 자료이고, 최근 공시된 회계 자료는 셧다운 이후 발생한 항공기 리스비와 임금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2020년 당시 경영난으로 전산망 가동이 멈춰 회계시스템도 폐쇄됐다”며 “올해 2월 회계시스템을 복구한 뒤 회계감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결손금이 늘어났고 국토부에 제출한 수치와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국토부에 이러한 사정 등을 충분히 소명해 오해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이스타항공에 대한 특별 조사를 진행하면서 AOC 재발급 시기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AOC 발급에는) 재무 건전성이 기본적으로 검토되기 때문에 확인이 될 때까지는 발급이 안 될 것”이라며 “심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제출한 회계 자료에서 허위 내용이 발견된 만큼 다른 자료까지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은 항공업계 ‘대목’인 여름 휴가철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AOC를 발급 받는 게 목표였다. AOC는 항공사가 운항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발급받아야 하는 일종의 안전 면허다. AOC가 있어야 상업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AOC를 늦게 받을수록 이스타항공의 정상화 시기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AOC 발급이 늦어지면 이스타항공은 막대한 고정비를 떠안아야 한다. 항공기를 띄울 수 없어 사실상 매출이 전무한 이스타항공은 매달 발생하는 고정비만 수십억원 규모다.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인 형남순 성정 회장은 인수자금 700억원 외 별도 운영자금 387억원까지 투입했는데,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신생 항공사들이 AOC를 발급받은 과정을 보면, 발급 마지막 관문인 비상탈출 훈련 이후 한 달 이내로 받는 경우도 있지만 수개월씩 걸리기도 했다”며 “결국 국토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국토부 설득이 늦어질수록 AOC 발급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