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이 중형 컨테이너선 2척을 장기간 빌리기로 한 것을 두고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회사가 손해 보는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해운업계에선 이번 계약 조건이 현시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달 그리스 선주사 나비오스 마리타임 파트너스(Navios Maritime Partners·나비오스)와 77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12년 동안 용선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옵션에 따라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선박은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말부터 차례대로 인도할 예정이다.

부산신항에 정박한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컨테이너가 실리고 있다. /HMM 제공

소액주주들은 용선계약과 건조계약 간 금액 차이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HMM이 지난달 20일 공시한 나비오스와의 용선계약 규모는 4억880만달러(약 5200억원)였다. 이후 23일 HJ중공업이 공시한 수주액은 2억4000만달러(약 3100억원)였다. 주주들은 두 계약의 차액 약 2000억원 만큼 HMM이 손실을 짊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해운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예를 들어 건조비용은 건조 기간(약 2년) 안에 모두 지불해야 하지만, 용선료는 보통 15일 간격으로 나눠서 지불하는 만큼 이자 비용부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국적선사 관계자는 “선박 관리비나 기자재비 등 운영비용도 고려해야 해서 단순히 차액만큼 HMM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주주들은 올해부터 HMM의 단독 관리를 맡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중소 조선소인 HJ중공업에 일감을 주기 위해 장기 용선계약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해양진흥공사와 HMM은 계약 체결 전에 협의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최종 계약은 HMM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진흥공사와 HMM간 업무협약 상 용선과 같은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해양진흥공사의 승인권도 없다고 밝혔다.

HMM은 오히려 계약조건이 좋다는 입장이다. HMM은 장기 용선계약에 항의한 주주들에 “나비오스와 HJ중공업간 건조계약은 현재 시장 신조선가 대비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그 선박을 HMM이 용선하면서 용선료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수준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HMM과 나비오스의 용선계약에 따르면 선박을 인도받은 뒤 첫해부터 3년까지 하루 용선료 5만7000달러에서 11~12년은 2만4000달러로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평균 하루 용선료가 4만2000달러 수준이다. 계약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컨테이너선 1년 용선계약시 하루 용선료는 현재 10만달러가 넘는다.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홍콩(Hongkong)호’가 전남 광양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HMM 제공

이번 계약은 HMM이 기존에 나비오스에서 빌리고 있던 6800TEU급 컨테이너선 5척 계약과도 맞물려 있다. 나비오스는 HMM에서 2013년부터 장기 용선했던 컨테이너선 5척의 용선료가 현 시세보다 너무 낮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까지 검토해왔다. 이 선박들의 하루 용선료는 평균 2만8500달러로 알려졌다. HMM은 인도(2척), 북미(2척), 남미(1척) 노선에 용선한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고 있다. 계약이 파기되면 당장 ‘알짜 노선’에서 영업 공백이 발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HMM은 이번 장기 용선계약을 하면서 기존에 용선한 선박의 계약기간을 유지하고, 또 선박 5척 가운데 2척은 추가로 용선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달았다.

다만 과거 ‘한진해운 사태’ 때 장기 용선계약이 경영에 부담됐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계약의 타당성은 앞으로의 시황에 달려있다. 컨테이너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일 기준 4203.3을 기록했다. 연초 고점(5109.6)보다 17.8% 낮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사태 전 3년(2017~2019년) 평균 823의 5배가 넘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이 조정을 겪고 있지만, 과거 불황기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용선료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들의 진짜 불만은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주가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HMM 주가는 ‘피크 아웃(정점을 통과)’ 우려 등이 불거지면서 52주 최고가(4만8100원) 대비 50% 내린 2만4000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폭(29.6%)보다 주가가 더 빠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주들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