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만의 일본 출장이라 그런지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이날 오전 8시 40분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하네다행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출장을 간다는 강상욱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강씨가 탑승한 아시아나항공 OZ1085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3월 운항이 중단된 뒤 처음으로 뜨는 항공편이다.
서울과 도쿄, 두 나라의 수도를 잇는 김포~하네다 노선이 2년 3개월 만에 재개됐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연간 205만명이 이용하고 평균 탑승률이 98%에 육박하는 '황금 노선'이다. 2019년에는 정기편만 주 21회 운항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003490)의 여객기는 각각 이날 오전 8시 40분과 오전 9시에 승객 50여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을 출발해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향했다. 두 항공사의 여객기는 하네다 공항에서 다시 승객 50여명을 태우고 이날 오후 2시 25분, 2시 45분 김포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2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였던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탑승 카운터도 이날 만큼은 출국 수속을 밟는 탑승객들로 분주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일본행 탑승객을 대상으로 수하물 접수 전 비자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일본 입국 심사 과정에 필요한 검역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안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년 여 만에 서비스를 재개한 만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장 앞에서는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를 기념하는 행사도 열렸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과 김용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나미오카 다이스케 주한 일본대사관 경제공사 등이 참석했다. 윤형중 사장은 "김포~하네다 노선은 한일 우호를 상징하는 핵심 노선"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확고한 한일 관계 의지를 바탕으로 노선 재개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나미오카 다이스케 경제공사도 "한일 관계 개선에 있어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1일 일본 정부와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날부터 재개하고 주 8회 일정으로 운항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대한항공(수·토)과 아시아나항공(수·토), 일본항공(목·일), 전일본공수(월·금)가 각각 주 2회씩 운항한다. 정부는 수요 증가 추세와 항공사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7월부터 운항 횟수를 점차 증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오사카, 중국 베이징·상하이(훙차오), 대만 쑹산 등 다른 국제선도 단계적으로 재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를 시작으로 한일 여객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항공사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알짜 노선"이라며 "특히 하네다 공항은 도심 접근성이 좋아 관광 수요뿐 아니라 비즈니스 출장 수요도 높기 때문에 탑승률이 조금씩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7월 중순 이후부터 현재 투입 기종 A321(188석)보다 큰 A330(290석)을 투입할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앞으로 무사증 제도도 신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한국인에 적용하던 무사증 입국 제도(90일 이내 체류 시)를 중단한 상태다. 지금은 일본을 방문하려면 별도의 비자 발급이 필요하다. 정부는 현재 일본 정부와 관광 비자 면제 복원 조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출국 시 코로나 검사도 간소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입국 전후로 두 차례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