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바이오 소재,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활용, 탄소 저감 기술 등 클린테크(Clean Tech·친환경 기술) 분야에 향후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구광모 LG 회장은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LG는 최근 석유화학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구 회장과 계열사 경영진들이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LG는 지난달 말부터 중장기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전략보고회를 각 계열사별로 진행하고 있다.

클린테크는 탈탄소와 순환경제 체계 구축 등과 같이 기업이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을 의미한다. LG는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차세대 배터리 소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LG 제공

LG는 클린테크 분야 역량 확보를 위해 국내외에서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LG화학(051910)은 바이오 소재 분야에서 미국 곡물기업 ADM과 합작법인(JV)을 통해 2025년까지 미국에 7만5000톤(t) 규모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또 대산공장에 바이오 원료 생산시설과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 생산시설을 신설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LG화학은 작년 12월 6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의 지분 2.6%를 확보하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10년 동안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LG화학은 또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국내기업 켐코와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폐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금속을 전구체 생산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외 LG화학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투명 플라스틱 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충남 대산의 나프타 분해 센터(NCC) 공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이용해 연 5만t 규모의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통해 LG는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패러다임을 친환경 클린테크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LG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것에 공감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클린테크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구 대표는 전날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 R&D 연구소를 방문해 “고객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선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해 나가자”고 했다.

이날 구 대표는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기술 개발 현황과 전략을 살피고, 클린테크 분야 연구에 매진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또 현장에 전시돼 있는 바이오 원료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임직원들에게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며 소통했다고 LG는 전했다.

구 대표는 클린테크 분야의 투자 계획과 R&D 인력 현황을 점검하며 지주사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살폈다. 그는 “훌륭한 기술 인재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같이 고민해달라”고도 했다.

한편 ㈜LG는 전날 열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에서 ESG 추진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기로 하고, 하반기에 중장기 탄소 감축 전략, 해외 탄소 감축 사업 개발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ESG 경영의 방향성, 추진 전략, 성과 등을 담은 보고서는 3분기에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