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기능인력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정부의 취업비자 규제 완화로 이르면 다음달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이 추가로 들어와 인력난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국내 대형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네팔, 중국 국적을 갖고 있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다음달 1일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충 처리나 기량향상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사내협력사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에서 가장 먼저 통역을 지원하는 언어는 사용자가 많은 3개 국어로 베트남어(語), 우즈베키스탄어, 스리랑카어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또다른 조선업 거점인 거제도의 경우도 우즈베키스탄 출신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거제도는 울산에 비해 중국, 네팔, 미얀마 국적자의 비중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선박 제작 공정 중 용접 장면/ 한국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업계는 과거 불황을 겪으면서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 이후 업황이 회복돼 수주 물량이 늘었으나 인력은 돌아오지 않아 일할 사람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삼호중공업 인근의 전남 영암 대불산단에서는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물량을 반납하는 협력업체도 나왔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타사의 외국인 근로자를 빼오기 위한 쟁탈전도 매일 저녁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는 이 같은 기능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4월 전문 기술·기능 외국인 대상 취업비자인 특정활동 E-7 비자의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를 폐지하고, 전문성 증명 방식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법무부 조치를 활용해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는 없지만, 조선업계는 이르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추가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E-7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근무경력 등 전문성을 문서로 증명해야 했는데, 조선업계에서 수요가 많은 도장공·용접공·전기공의 경우 이 같은 검증 요건을 기량검증 방식으로 대체해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7월초 주요 외국인 근로자 송출국 현지에서 기량검증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용접 등의 경우, 전문성을 증명하는 방법이 어려워 한국에서 검증할 사람이 해외에 가서 반드시 기량 검증을 해야 한다”며 “기존 경험을 기초로 인력을 모집하다보니, 기존 도입 이력이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인력 도입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