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운영사인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가 건설 공사를 다 끝내기도 전부터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수난을 겪고 있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석탄 배척 움직임은 여전한 데다, 최근 들어 유연탄 가격의 널뛰기가 더욱 심해져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서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자금 조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강릉에코파워의 기업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아직 나이스신용평가 장기신용등급은 AA-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작년 6월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갔다는 점에서 조만간 등급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척블루파워 역시 최근 나이스신용평가 장·단기 신용등급이 각각 AA-에서 A+로, A1에서 A2+로 한 단계씩 떨어졌다.

국내 한 석탄발전소 전경.

강릉에코파워는 총 사업비 5조6000억원을 들여 강원도 강릉시에 2080㎿(메가와트) 설비용량 규모의 강릉안인화력 1·2호기를 짓고있다. 농협은행(96.78%)과 한국남동발전(1.61%), 삼성물산(028260)(1.61%)이 주요 주주다. 1호기는 올해 9월, 2호기는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54.53%)과 포스코에너지(29%), 두산에너빌리티(9%), 포스코건설(5%) 등이 지분을 갖고 있는 삼척블루파워는 강원도 삼척시에 설비용량 2100㎿의 삼척화력 1·2호기를 건설 중이다. 각각 2023년 10월, 2024년 4월에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총 4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들이 발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환경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8차 세계가스총회(WGC) 개회식 축사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천연가스 등을 합리적으로 믹스(전원별 구성 비율)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의 비중은 늘리되 석탄 발전은 줄여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승희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새 정부 들어서도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화석연료 발전비중 축소를 추진하며 석탄발전에 비우호적인 정책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석탄발전사의 경상적인 설비능력 대비 정책규제에 따른 가동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50년으로 예정된 탈석탄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발전 연료인 유연탄의 가격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이들의 수익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6월 들어 현재까지 유연탄의 kWh(킬로와트시)당 연료비 단가는 101.86원이다. 작년 6월의 경우 54.48원이었는데, 1년 새 87%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도 반년간 28% 올랐다. 한기평에 따르면 2014년 초까지만 해도 유연탄의 연료비 단가는 액화천연가스(LNG)의 25%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0년 10월 96%를 찍었다가 올해 2월 43%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5월 이후 70%대로 또다시 급등했다.

석탄발전은 생산 단가가 저렴해 항상 가동하는 ‘기저 전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가격이 널뛰기를 하면 그 지위는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기평의 판단이다. 발전량이 줄면 발전사의 수익성 역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김미희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전세계적인 탈탄소 기조에 따른 석탄 생산량 감소, 탄소배출비용 증가, 신재생 발전비용 하락 등으로 석탄 발전의 경제성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기 생산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이들 운영사는 비상이 걸렸다. 완공까지 많게는 2년가량 남은 만큼 앞으로 투입해야 할 자금은 여전히 상당하지만,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이자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과 흥행도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 4월 25일 발행돼 현재 장내채권으로 거래되고 있는 ‘삼척블루파워6′의 경우 표면금리가 5.648%에 달한다. 작년 6월에 ‘삼척블루파워5′ 채권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 예측엔 기관투자자가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