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직장인 전모(30)씨는 올해 여름 남편과 함께 하와이에 가려고 했지만, 비싼 항공권 가격에 계획을 취소했다. 한 사람당 왕복 항공권 가격이 240만원이 넘었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보다 2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전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신혼여행을 못 갔던 만큼, 올해는 꼭 가고 싶었는데 항공권 가격이 부담스러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항공권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해외 여행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권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외 여행을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항공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량이 크게 줄었고 유류할증료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사들이 신규 취항하거나 재운항하는 노선에는 가격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니터에 표시된 출발 항공편 모습. /연합뉴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휴가를 떠나는 8월 첫째주 기준 대한항공(003490)의 인천~미국 뉴욕 왕복 항공권(이코노미석 기준) 가격은 400만원으로 조회된다. 같은 기간 인천~프랑스 파리 왕복 항공권은 315만원, 인천~괌은 112만원, 인천~태국 방콕 110만원, 인천~베트남 다낭 90만원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하면 최대 2배 이상 올랐다.

항공권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항공사들이 정부 승인 아래에 국제선을 증편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총 6898편이었다. 1만6628편이 운항했던 2019년 동일 기간 대비 약 59% 적은 규모다.

유가 급등으로 유류할증료 부담도 커졌다. 오는 7월 대한항공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6월보다 3계단 상승한 22단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편도거리 기준 거리 비례별로 4만2900~33만9300원이 부과된다. 22단계는 2016년 7월 유류할증료에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가장 높은 단계다.

6월 22일 김포공항 계류장 모습. /뉴스1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사별 행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몽골처럼 항공사들이 신규 취항하는 노선 역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많은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노선들을 재개하는 상황”이라며 “신규 취항 또는 재운항 초기에는 모객과 홍보를 위해 가격을 대폭 할인해주는 만큼, 특가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089590)은 오는 29일 몽골 울란바토르행 항공편을 처음으로 띄우면서, 27일까지 항공권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신규 취항일인 6월 29일부터 9월 29일까지 탑승 가능한 편도 항공권을 유류할증료 및 공항시설사용료 등이 모두 포함된 총액운임을 기준으로 27만6800원부터 판매하는데, 선착순으로 5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달 6일 울란바토르 노선을 시작하는 티웨이항공(091810)도 유류할증료와 공항세를 포함해 편도 총액 기준으로 26만9600원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30일까지 30만원 이상 결제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매일 선착순 200명에게 5만원의 할인 쿠폰을, 60만원 이상 결제하는 고객에게는 100명 선착순으로 10만원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제주항공 제공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이후 2년 만에 재운항을 시작한 노선들도 할인 대상이다. 에어서울은 이날까지 괌 항공권을 편도 총액 기준으로 19만5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기존 49만5400원에 판매하던 가격보다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이다. 여기에 2만원의 할인 쿠폰도 추가로 제공한다. 진에어(272450)역시 오는 7월 10일까지 일본 항공권을 예매하는 고객에게 2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LCC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할인 혜택이 적었던 대형항공사(FSC)들도 각종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라스베이거스, 비엔나, 밀라노 노선을 대상으로 오는 9월 10일까지 마일리지를 사용해 항공권을 예매할 경우 왕복 기준 5000마일을 할인해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김포~일본 도쿄(하네다) 노선 재운항을 기념해 오는 7월 20일까지 항공권을 최대 5% 할인해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1년 이상 로그인을 하지 않아 휴면 계정으로 전환된 고객이라면, 오는 8월 31일까지 휴면 상태를 해제해 최대 4만원의 국제선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