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이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에 현지 생산공장을 늘리면서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핵심 물류거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항만·해운업계도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양진흥공사 실무진들은 다음달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현지 물류센터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서배너항을 찾아 투자 가능성 등을 살피기로 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아직 기초적인 조사 단계"라고 말했다.
서배너항은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TEU) 561만3000개를 처리해 미국 내에서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항과 뉴욕·뉴저지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전 세계 기준으로는 28위이고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연간 컨테이너 처리량이 2000만개가 넘는 메가포트(Mega-port)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조지아주에 기업들 투자가 이어지면서 서배너항의 물동량은 올해 들어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도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6조3000억원을 들여 서배너항 인근 브라이언카운티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2025년 상반기부터 공장이 가동하면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000270)가 2010년부터 운영한 미국공장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다.
SK(034730)그룹도 조지아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조지아주 커머스에 9.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1공장을 가동 중이며, 2공장(11.7GWh)도 2023년 1분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SKC(011790)도 조지아주 코빙턴에 반도체 패키징용 글라스 기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화솔루션(009830)의 큐셀 부문(한화큐셀)도 조지아주 돌턴의 기존 공장 옆에 추가로 연산 1.4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모듈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화큐셀은 2019년부터 돌턴 공장에서 연간 1.7GW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해왔다.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부산항과 서배너항을 오가는 컨테이너 물동량도 증가세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서배너항 수출입 컨테이너는 44만3060TEU(환적 포함)로 역대 최고치였다. 5년 전과 비교해 35.5% 늘어 같은 기간 부산항에서 미국 전체 항만을 오간 컨테이너 증가율(10.5%)을 크게 웃돌았다. 수입(서배너항 → 부산항) 컨테이너는 연간 11만TEU 안팎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수출(부산항 → 서배너항) 물량이 늘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 서안 항만들의 적체가 심해서 일부 물량이 동안으로 이동한 영향도 있겠지만, 대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면서 국내 협력사들의 수출 물량이 늘어난 효과도 크다"며 "앞으로 양산에 돌입하는 공장 늘어날수록 물동량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도 서배너항 확장에 적극적이다. 조지아항만청(GPA)은 서배너항이 연간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양을 지난해 기준 600만TEU에서 2025년 950만TEU로 58%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달까지 서배너항 가든시티 터미널의 야드 확장 등을 마무리하면 연내 700만TEU를 달성할 전망이다. 서북쪽으로 컨테이너터미널을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서배너항으로 이어지는 강의 수심을 깊게 해 1만6000TEU 이상의 컨테이너선도 기항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다만 우리 항만·해운업계가 단기간에 서배너항에 터미널 확보 등 투자여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 한진해운은 2008년 서배너항과 가까운 플로리다주 잭슨빌항에 전용 컨테이너 터미널 사업을 추진했지만, 5년여 만에 무산됐던 사례가 있다. 당시 해운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었고, 안정적으로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항만 운영사나 해운사뿐만 아니라 화주까지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1~2년 안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