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K-콘텐츠'의 글로벌 전성시대가 시작되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콘텐츠 기업 지분 투자와 인수에 나선 대기업들은 이들의 지식재산권(IP)을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한류'로 불리며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던 한국의 대중음악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이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면서 주류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등 특정 가수나 작품이 화제가 되는 차원을 넘어 국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 자체가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북미·유럽권 유명 시상식에서 연달아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고, 콘텐츠 수출액도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이달 발간한 '2021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35억8000만달러(약 17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만화와 음악이 각각 39.7%, 38.5%씩 늘어 가장 큰 성장 폭을 보였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잇단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21곳이 투자를 받았는데, 투자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6곳을 제외하면 한 달 동안 15곳의 콘텐츠 기업이 총 941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메타버스 콘텐츠 전문 제작사 '비브스튜디오스'는 가상인간 콘텐츠를 주로 만들고 있는데, 지난달 95억원 투자를 받으며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지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세상을 떠난 가족을 가상인간으로 만들어 가상현실(VR) 속에서 만나게 해주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로 화제가 됐다. 특히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에서 전직 대통령을 가상인간으로 제작해 선보이면서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밀리언볼트도 지난달 넷마블(251270)로부터 94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밀리언볼트는 세계적 인기를 누린 코미디 애니메이션 '라바' 제작진이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연내 글로벌 공개를 목표로 액션·코미디 장르 신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넷마블은 이번 투자로 밀리언볼트가 보유한 IP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넷마블은 "우수한 IP 확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지분 투자를 넘어선 M&A도 활발하다. 중견 게임사 컴투스(078340)는 지난해 2000억원을 넘게 들여 콘텐츠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메타버스 분야 콘텐츠를 선도할 제작사로 꼽힌다. 또 2800억원가량을 들여 웹툰 제작사 정글스튜디오, VR게임 개발사 컴투스로카 등 7곳도 인수했다. 컴투스와 위지윅스튜디오는 최근 그룹 마마무, 오마이걸의 소속사인 알비더블유(RBW)에 230억원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지분 14.96%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컴투스는 새로운 IP를 확보해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인 만큼, 기업들은 해외로 확장성을 넓혀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수단으로 인기 IP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시각특수효과(VFX)나 메타버스, 가상현실(VR) 등과의 연계로 미래 콘텐츠 사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