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 대한항공(003490)의 연간 실적이 작년보다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 여객 수요가 꾸준히 회복하는 가운데, 화물 사업도 호조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대한항공이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인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조 회장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 참석해 외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IATA 이사회 일원이다. 그는 "지난해 대한항공은 창립 52년 역사상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실적이 좋을 것이고, 아시아나항공(020560)과 합쳐진다면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올해 상반기 비록 국제 유가가 매우 높지만, 여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항공산업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세가 강해 여객기가 부족할 정도다. 가능한 빨리 정비를 마친 뒤 여객기를 공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항공 화물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전 세계 공급망 대란 여파로 항공 화물 사업의 수요가 높은데, 내년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화물 운임 지표인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는 이날 378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30.6% 높고,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이었던 2019년 6월과 비교하면 157%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여객 인원도 작년 대비 32.4% 증가한 440만명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선 화물 사업 호조와 여객 수요 회복에 힘 입어 올해 대한항공이 작년 대비 35% 늘어난 1조923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경쟁 당국의 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영국 등 6개 국가의 경쟁 당국의 심사가 진행 중인데, 개인적으로 올해 말까지 심사가 완료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수십년 동안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항공업을 영위해왔기 때문에 기업 문화가 매우 다르지만, 고객 만족이라는 동일한 목표가 있어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결합에)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일환으로 주요 도시를 봉쇄한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방역 정책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중국은 전체 운항 노선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큰 고객인데 현재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띄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기적으로 한국과 동남아 여객으로 버틸 것이고, 중국 여객 수요도 다시 회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다만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항공권 가격이 많이 뛰었고,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 해외 여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언젠가는 여객 수요가 회복하겠지만, 우리가 희망하는 만큼 빨리 회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