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에 지금까지 2116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집계됐다. UAM은 앞으로 수년의 개발 과정이 필요해 당분간 손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화가 투자한 미국 UAM 기업은 부채비율이 2000%까지 치솟으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한화는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인 만큼 당장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14일 미국 UAM 스타트업 오버에어(Overair)가 진행한 총 1억1500만 달러(약 1479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오버에어가 발행한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오픈형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한화시스템(272210)이 5000만달러(약 643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6500만달러(약 836억원)를 투자했다.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 중인 버터플라이 기체 이미지. /한화시스템 제공.

오버에어는 2019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UAM 스타트업이다. 미군 무인 정찰·공격기 '프레데터' 설계에 참여한 에이브 카렘이 설립했다. 한화그룹은 2019년 7월 UAM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한화시스템을 필두로 오버에어에 꾸준히 투자를 집행하며 개인용 항공기(PAV)인 '버터플라이'를 공동 개발 중이다. 버터플라이는 전기식 수직이착륙기(eVTOL)로 파일럿 1명을 포함해 5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비행 속도는 시속 240㎞ 이상, 운행 거리는 100㎞ 이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오버에어 설립 초기 당시였던 2020년 1월 시리즈A 지분 투자로 290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 8월에는 346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달 집행된 투자액까지 합치면 2년 반 동안 총 2116억5000만원을 오버에어에 투자한 셈이다.

오버에어의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다. 오버에어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6%에 불과했지만, 2021년 말 2733%까지 급등했다. 아직 매출이 없는 가운데, 연간 순손실은 2020년 106억원, 2021년에 243억원을 기록했다.

신사업 부문의 손실 확대에 증권가에서도 우려스러운 시선을 내비쳤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한화시스템은 기존 사업인 방산과 ICT에서 외형과 이익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신사업 투자손실이 전년보다 두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UAM뿐 아니라 위성통신 안테나, 디지털 플랫폼 등 각종 신사업에 투자 중인 한화시스템이 올해 해당 부문에서 연간 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약 240억원의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던 작년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한화시스템은 오버에어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이유에 대해 아직 버터플라이의 개발이 끝나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개발 완료 전까지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르면 오는 2023년 상반기쯤 실물 크기의 버터플라이를 공개할 예정이고, 같은 해 3분기에 자체 비행시험을 통해 항행관련 기술검증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실증사업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 챌린지(K-UAM)'에 참가하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인증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한화 측 관계자는 "스타트업 특성상 설립 초기에는 재무 건전성이 나쁠 수밖에 없다"며 "오버에어의 수익화 시점은 상업 생산과 판매가 개시되는 2025년 말로 예상된다. 이때부터 명목상 매출이 발생해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