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풀필먼트센터. 1층 자동화 센터에 들어서자 물류 출고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는 보이지 않았고 컨베이어벨트와 라벨러만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제품 포장 작업이 완료된 상자가 곳곳에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라벨러에 다다르면, 이 기계는 상자 바코드를 읽고 운송장을 발행해 붙인다. 상자마다 붙어있는 바코드에는 주문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입력돼 있어, 풀필먼트센터 안에서 인식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은 인공지능(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FASSTO)'의 용인1센터다. 파스토는 2018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중소상공인 온라인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품 입고부터 보관, 자동주문, 출고, 배송, 반품까지 아우른다. 최소 계약 기간, 최소 물량 등 진입장벽도 없다. 한 건이라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고, 보증금 없이 보관한 뒤 판매한 수량 만큼 비용을 내면 된다.
용인1센터는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스마트 물류센터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중소기업·스타트업 중에는 유일하다. 연면적 4만5000㎥(1만3000평) 규모로 축구장 7개와 맞먹는 크기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져있다. 지하는 냉장·냉동 제품을, 지상은 상온 제품을 다루고 있다.
용인1센터의 작업자들은 출고 컨베이어벨트 안쪽에 자리한 피킹(주문 상품을 골라 담는 일) 지점에 가야 볼 수 있었다. 1만 평이 넘는 규모지만 하루 투입되는 작업자는 60명 안팎이다. 파스토 용인1센터에는 오토스토어, 피킹타워, 슈어소트, AGV(Automated Guided Vehicles) 등 4종류의 피킹 시스템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토스토어였다. 작업자별로 마트 계산대처럼 생긴 작업대가 하나씩 있고, 작업대 뒤로는 1만3000개의 빈(재고가 담긴 상자)이 적재된 대형 창고가 설치됐다. 작업자가 터치스크린을 통해 상품 출고 지시를 내리면, 20대의 로봇이 창고 위를 다니며 빈을 끌어올려 꺼내고 작업대로 내려보낸다. 작업대에 도착한 빈의 뚜껑이 열리면 작업자는 주문 수량만큼 꺼내 바구니에 담으면 된다. 다시 창고 위로 돌려보내진 빈은 자동관리시스템에 따라 적절한 위치로 배치된다.
빈은 이 자동창고에 층층이 적재돼있는데, 로봇들은 빈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빠르게 하기 위한 선행 작업을 한다. 출고량이 많은 상품일수록 윗단에 배치하는 식인데, 마치 거대한 테트리스 게임이나 슬라이딩 퍼즐을 맞추는 듯 했다.
또 다른 피킹시스템인 피킹타워는 기존의 물류센터와 가장 비슷한 모습이었다. 다른 점은 작업자별로 구역이 나뉘어져있다는 것과, 큰 컨베이어벨트가 구역을 가로지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작업자마다 상품 약 200개 분량의 구역을 맡고 있는데, 이 구역 내 상품을 출고해야 하면 바코드가 붙은 바구니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와 작업자 앞에 멈춘다. 작업자가 바코드를 스캔하면 터치스크린에 어떤 상품을 몇 개 골라 담으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피킹 작업을 마치고 바구니를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두면 바구니는 다음 상품을 담으러 다른 구역, 다른 작업자에게로 이동한다.
슈어소트와 AGV도 작업자는 제 자리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면 된다. 슈어소트는 파스토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설비인데, 작업자가 컨베이어벨트 위에 제품을 올려 보내면 대형 분류기가 고속으로 각각의 바구니로 분류하고 합포장한다. 시간당 2400개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또다른 피킹시스템인 AGV는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로봇이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들어 작업자에게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작업자는 선반이 오면 필요한 제품을 꺼내 담기만 하면 된다. 미국 아마존(Amazon)에서 많이 쓰는 방식으로, 파스토는 하반기 내 가동을 준비 중이다.
이런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물류센터에선 피커(피킹 작업자)가 마트에서 대신 장을 보듯 주문 정보에 따라 물류센터 내부를 걸어다니며 하나하나 상품을 담아 포장해 출고한다. 파스토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 운영으로 작업자 효율이 63%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은 파스토는 오는 8월 용인2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다. 2센터도 지난해 말 국토부로부터 스마트물류센터 1등급 인증을 받았다. 국내외 12개 수준인 풀필먼트센터 규모도 더 키울 예정이다. 파스토 관계자는 "2025년까지 총 50만평 규모로 늘릴 예정"이라며 "미국, 독일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고 신규 국가는 현지기업과의 제휴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