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을 전면 정상화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항공권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장거리 노선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여전히 2배가량 비싸다. 항공업계는 정부의 운항 허가 심사 일정과 여객 수요 조사 기간을 고려할 때 7월은 돼야 항공권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부터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시행해왔던 인천공항의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 수 제한(슬롯 제한)과 비행금지시간(커퓨)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이에 따라 20대 수준이었던 시간당 항공기 도착 가능 편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0대로 늘어났고,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에도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해졌다. 국제선 증편 규모도 주당 100회 수준에서 증편 규모 제한 없이 항공 수요에 따라 항공편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6월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뉴스1

국제선 공급량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들이 사라졌으나,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항공권 가격은 그대로다. 오는 7월 1일 출발하는 대한항공(003490)의 미국 뉴욕행 편도 항공권(이코노미석 기준)의 가격은 200만원대, 같은 기간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편도 항공권은 190만원대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이 여전히 비싼 원인에 대해 “증편에 필요한 실무 절차에 최소 한 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 입장에선 탑승률이 저조한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사전에 수요 예측이 필수다. 여기에 자체 수요 조사 결과에 맞춰 정부에 운항 허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1~2주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승객 모집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과 홍보 기간까지 고려하면 7월은 돼야 증편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대형항공사(FSC)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제선 운항을 전면 정상화했지만, 즉시 공급량을 늘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빠르면 한 달 뒤부터 증편이 이뤄질 것이고, 늘어난 공급만큼 7월부터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도 “항공편 공급량이 늘어나면 항공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기 때문에 항공권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변수는 사상 최고가를 찍고 있는 유류할증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달 북미 동부행 항공권의 유류할증료는 27만9500원(편도 기준)에 달한다. 7만9200원이었던 올해 2월과 비교하면 3.5배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유류할증료도 3.6배 오른 22만9600원으로 책정됐다. 통상 유류할증료는 국제유가뿐 아니라 환율에도 연동되기 때문에 고유가·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는 현재 상황에선 유류할증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는 고유가·고환율 시기에도 비교적 저렴하게 항공권을 예매하는 방법으로 항공사들의 신규 취항 또는 재운항 노선을 노릴 것을 추천했다. 제주항공(089590)은 인천~몽골 노선 신규 취항을 맞아 선착순으로 항공권을 10만원 할인해주고, 에어서울은 베트남 나트랑 노선 재운항을 기념해 항공권을 최대 3만원 할인하고 있다. LCC 관계자는 “항공사 신규 회원 가입이나 카드 할인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저렴하게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